광복 80주년을 사흘 앞둔 이달 중순, 국내 유통 시장은 일본 브랜드들의 약진과 애국 마케팅이 맞물려 있는 양상이다. 패션·뷰티부터 주류까지 일본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노재팬’ 운동의 여파가 점차 희미해진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편의점부터 대형마트, 식품업계까지 광복절을 기념한 애국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의류 수입액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6787만 달러로 집계됐다. 불매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일본 맥주 수입액 역시 올해 상반기 3531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금액으로, 2위인 미국 맥주 수입액(1572만 달러)에 비해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일본 캐릭터 팬덤을 겨냥한 굿즈 마케팅도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등 산리오 캐릭터즈를 꼽을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산리오와 협업해 여름 한정 제품을 출시, 품절이 이어지며 구매 수량이 제한되기도 했다. 이디야커피와 티머니, SSG랜더스, 에버랜드 등 업계를 가리지 않고 속속 산리오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며 열풍에 불을 지폈다.
현지 브랜드들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올해 상반기 일본 패션 브랜드 ‘빔스’는 롯데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골드윈’과 ‘비숍’은 각각 신세계백화점과 서울 한남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편의점 GS25는 일본 종합잡화점 ‘돈키호테’와 협업해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며 국내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유통업계는 광복 80주년 기념에도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벽 미디어아트로 ‘데니 태극기’를 재현하고, 독립기념관에 1억원을 기부하는 등 특별한 캠페인을 선보였다. CU와 GS25 등 편의점 업계는 광복 기념 도시락을 출시해 수익금을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해태제과, 빙그레, 스타벅스, 제주삼다수 등 주요 식품업체들도 동참하며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J팝, 애니메이션 등 문화적으로 다르지만 친숙한 일본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크다. 특히 엔저로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불매운동이 자연스럽게 약화됐다”면서도 “일본과 관련된 일부 과도한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분석하며 신중한 접근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