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성경학교가 이렇게 재밌는 곳인 줄 몰랐어요. 내년에 또 오면 좋겠어요!”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해진 12일 경기도 광주 충현기도원.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기도원 시설 중심에 개장된 작은 워터파크에선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워터슬라이드까지 설치된 수영장에서 아이들은 물총을 들고 쓰레받기를 방패 삼아 한껏 물놀이를 즐겼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니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더 미안해지네요. 왜 진작 이런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을까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남서울노회 주일학교 연합회 회장인 김윤호 공항벧엘교회 장로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년엔 아이들에게 성경학교 단체 티셔츠를 맞춰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장합동 남서울노회 주일학교 연합회는 올여름 처음으로 노회 연합 유초등부 여름성경학교를 열었다. 이번 캠프 참가 대상은 자체 여름성경학교가 없는 노회 산하 교회의 초등학교 1~6학년 아이들. 행사엔 9개 교회 56명의 아이들이 참석했다.
노회 연합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한 교회 중엔 주일학교 규모가 대여섯 미만 곳이 대다수였다. 유초등부 예배가 따로 없어 주일마다 어른들 옆에서 예배를 드리는 아이들도 있는 상황. “2019년 교회를 개척했다”는 한 목회자는 “여름성경학교를 가져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11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되는 연합 여름성경학교엔 물놀이뿐만 아니라 마술쇼와 레크리에이션을 비롯해 치킨 피자 같은 먹거리도 부족함 없이 준비됐다. 첫날 저녁 집회를 인도한 전직 노회장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미키마우스 의상 차림으로 아이들 앞에서 말씀을 전하는 등 눈높이를 맞췄다.
미래자립교회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캠프엔 별도의 참가비가 없다. 연합 여름성경학교를 위해 노회와 노회 내 자립교회 15곳이 후원으로 뒷받침했기 때문. 이밖에 선교단체 비제이워십은 “사역비를 받지 않고 여름성경학교 찬양팀으로 섬기겠다”며 자원봉사에 나섰다.
김윤호 장로는 “이번 여름성경학교는 여러 자립교회가 재정과 재능 후원으로 함께 협력해 다음세대를 세우는 선교적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출생을 비롯해 기술과 세상 문화의 영향으로 다음세대의 복음화율이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록 짧은 시간지만 이번 캠프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신앙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교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회 차원의 연합 여름성경학교는 여타 교단에서도 시행 중이다. 예장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등 주요 교단 역시 노회·지역별 연합 여름성경학교와 청소년 수련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경기도 성남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와 부산 포도원교회(김문훈 목사) 등 주요 교회들도 농어촌교회와 미래자립교회를 초청해 청소년 수련회를 열고 있다.
광주=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