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로봇 개 사업가’에 “그 시계 마음에 든다…이런 게 필요한데”

입력 2025-08-12 15:04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이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쉐론 콘스탄틴’ 명품 시계의 구매자에게서 김 여사가 “당신이 하고 있는 그런 시계 마음에 든다. 나도 그런 게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VIP 할인’을 위한 신분 확인 과정에서 김 여사와 바쉐론 콘스탄틴 매장 간 통화 연결까지 해줬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후 서씨에게 대통령실 홍보 관련 자리를 제안했던 진술도 확보했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씨는 지난 8일 특검에 출석해 2022년 대선 직후 김 여사를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김 여사가 자신이 착용했던 ‘오데마 피게’ 명품 시계에 관심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김 여사는 당시 “그 시계 마음에 든다”며 “나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했다는 게 서씨 주장이다. 해외 순방 때마다 각국 정상과 연회에 참석하는데, 이때 품위유지를 위한 장신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특검은 서씨에게 “당신이 대리구매할 이유가 있느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그러자 서씨는 “내가 ‘바쉐론 콘스탄틴 VIP’라 싸게 살 수 있다고 김 여사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서씨는 바쉐론 콘스탄틴 매장에 ‘구매자가 VIP인데 추가 할인이 없느냐’고 물었고, 매장 측은 스위스 본사에 연락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를 통해 5400만원 상당의 시계를 3500만원에 최종 구매했다는 게 서씨 주장이다.

서씨는 이 과정에서 영부인 신분 확인을 위해 김 여사와 매장 측과의 통화가 이뤄진 사실도 밝혔다. 서씨가 김 여사에게 전화를 해서 매장 측에 직접 연결을 시켜줬다고 한다. 김 여사는 당시 매장 측에 “선물용 시계를 구입하려고 한다”며 구매 경위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시계 구매대금은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서 현금으로 김 여사에게 받았다는 입장이다. 뇌물 공여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서씨는 김 여사에게서 구매대금을 전부 받은 것인지, 일부만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 돈으로 산 게 아니었다는 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서씨가 시계를 대리구매해준 이후 김 여사에게서 “대통령실 홍보 쪽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당시 서씨에게 “도어스테핑이 제대로 안 되고 홍보 업무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며 자리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씨는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고액 후원금 1000만원을 낸 인물이다. 서씨는 윤석열정부 시절 대통령경호처와 ‘로봇견 경호 사업’ 관련 임차계약을 맺기도 했다. 경호처는 2022년 서씨가 대표로 있던 A업체와 로봇개 임차계약을 맺고 1670만원을 지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시계 구매와 당시 계약 간 연관성도 살피고 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상자와 정품 보증서를 확보했다. 특검은 서씨가 구매한 시계가 김 여사에게 실제로 전달된 것으로 판단, 시계 실물 행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구자창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