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골든’ 빌보드 1위…“K팝의 확장성 세계에 보여줘”

입력 2025-08-12 14:09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 왼쪽부터 멤버 미라, 루미, 조이. 이들이 극 중 부른 OST 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메인 싱글 차트 정상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메인 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마침내 1위에 올랐다. 이 곡을 K팝으로 분류한다면 ‘영미 차트 석권’이라는 K팝 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빌보드는 11일(현지시간) ‘골든’이 전주보다 순위가 한 단계 올라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Ordinary)’를 제치고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빌보드는 “‘골든’은 ‘핫 100’ 차트를 정복한 ‘K팝과 관련된’ 아홉 번째 노래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부른 첫 번째 (1위) 곡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골든’은 극의 주인공인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곡으로 실제 가창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맡았다. K팝 기획사 더블랙레이블의 유명 프로듀서 테디·24와 이 곡을 작곡하고 루미 역 노래도 부른 이재는 SNS에 “눈물만 나온다. 보내 주신 사랑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든’은 지난 1일 빌보드와 더불어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K팝이 두 차트를 석권한 건 처음이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오피셜 ‘톱 100’에서만 정상에 올랐고, 반대로 그룹 방탄소년단(BTS·6곡)과 멤버 정국(1곡)·지민(1곡)은 빌보드 ‘핫 100’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골든’은 미국 사람이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서 만든 곡이다. ‘케데헌’ 제작사는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고, 공개 플랫폼도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다. ‘골든’의 가창자 세 사람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며, ‘골든’이 담긴 OST 앨범 발매사 역시 유니버설뮤직 산하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앨범.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서구권 주류 음악 시장에선 ‘골든’을 비롯한 ‘케데헌’ OST를 K팝으로 인식한다. 영국 오피셜 차트는 “헌트릭스의 ‘골든’이 13년 만에 K팝 오피셜 차트 1위가 됐다”고 언급했다. 빌보드도 “K팝과 관련된 곡”이라고 소개했다. 발매사 리퍼블릭 레코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케데헌’ OST 앨범을 K팝 장르로 분류했다.

가수나 투입 자본의 국적보다 콘텐츠에 담긴 요소 등을 고려해 ‘케데헌’ OST를 K팝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음악 장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며 “K팝을 정의할 때도 음악적 특징보다는 문화적 맥락이나 비주얼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골든’의 인기 이유에 대해 임 평론가는 “제2의 ‘렛 잇 고’(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OST)라고 할 정도로 어린이들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훅(반복되는 후렴구)이 특징”이라며 “밝고 에너지 넘치는 ‘썸머 팝’으로서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한국 가요사에서 ‘골든’의 빌보드 1위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상 가수가 부른 K팝이 빌보드 1위에 오른 건 우리나라 음악 역사상 최초로, 세계 팝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해 가는 K팝의 상징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K팝의 인기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