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2·12 전사 김오랑 중령 유족에게 국가 배상해야”

입력 2025-08-12 10:13 수정 2025-08-12 12:52
2013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참군인 김오랑 추모제'에서 묘비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에 맞서다 전사한 고(故) 김오랑 중령(당시 35세·육사 25기)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김 중령 누나인 김쾌평씨 등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12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쾌평씨 등 유족 10명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김 중령이 신군부 세력 총탄에 맞아 숨진 지 46년 만이다.

유족 측은 김 중령 사망 책임을 비롯해 사망 경위를 조작·은폐·왜곡한 책임을 국가에 묻겠다며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었다.

김 중령은 1979년 12월 13일 0시20분 신군부 제3공수여단 병력이 M-16 소총을 난사하며 특전사령부를 급습, 정병주 당시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고 하자, 비서실장으로서 그를 지키다가 총탄 6발을 맞고 숨졌다.

당시 신군부 측은 “김 중령 선제 사격에 대응한 것”이라며 사인을 왜곡했다. 이에 김 중령은 ‘직무 수행이나 훈련 중에 사망’을 뜻하는 순직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김 중령 사망을 순직이 아닌 ‘전사’로 정정했다.

반란군이 총기를 난사하며 정 사령관을 체포하려고 하자, 김 중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응사했고 이에 반란군이 총을 쏴 김 중령이 피살됐다는 것이다. 전사는 순직과 달리 일반 업무가 아닌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해당돼 보상이 더 크다.

신군부는 김 중령 시신을 특전사 뒷산에 암매장했다. 이후 1980년 동기생들의 탄원으로 국립묘지로 이장됐으며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다.

김 중령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죽은 충격에 치매를 앓다가 2년여 뒤 세상을 떠났다. 김 중령 부인 백영옥 여사는 남편 죽음 뒤 시신경 마비가 심해져 완전히 실명했다. 백 여사는 민주화 이후 전두환·노태우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했지만, 1991년 숨졌다.

김 중령은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