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에 맞서다 전사한 고(故) 김오랑 중령(당시 35세·육사 25기)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김 중령 누나인 김쾌평씨 등 유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12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쾌평씨 등 유족 10명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김 중령이 신군부 세력 총탄에 맞아 숨진 지 46년 만이다.
유족 측은 김 중령 사망 책임을 비롯해 사망 경위를 조작·은폐·왜곡한 책임을 국가에 묻겠다며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었다.
김 중령은 1979년 12월 13일 0시20분 신군부 제3공수여단 병력이 M-16 소총을 난사하며 특전사령부를 급습, 정병주 당시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고 하자, 비서실장으로서 그를 지키다가 총탄 6발을 맞고 숨졌다.
당시 신군부 측은 “김 중령 선제 사격에 대응한 것”이라며 사인을 왜곡했다. 이에 김 중령은 ‘직무 수행이나 훈련 중에 사망’을 뜻하는 순직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김 중령 사망을 순직이 아닌 ‘전사’로 정정했다.
반란군이 총기를 난사하며 정 사령관을 체포하려고 하자, 김 중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응사했고 이에 반란군이 총을 쏴 김 중령이 피살됐다는 것이다. 전사는 순직과 달리 일반 업무가 아닌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해당돼 보상이 더 크다.
신군부는 김 중령 시신을 특전사 뒷산에 암매장했다. 이후 1980년 동기생들의 탄원으로 국립묘지로 이장됐으며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다.
김 중령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죽은 충격에 치매를 앓다가 2년여 뒤 세상을 떠났다. 김 중령 부인 백영옥 여사는 남편 죽음 뒤 시신경 마비가 심해져 완전히 실명했다. 백 여사는 민주화 이후 전두환·노태우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했지만, 1991년 숨졌다.
김 중령은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