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차휴가 시기지정권과 시기변경권, 어디까지 인정되나

입력 2025-08-12 10:01

최근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과 관련해,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시기지정권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대법원 2025.7.17. 선고 2021도11886).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시내버스 회사 대표이사 A는 근로자 B가 2019년 7월 8일 휴가를 신청하자, 단체협약상 ‘휴가 사용 3일 전 신청’ 규정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출근하지 않은 B를 무단결근 처리했다. B는 이를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고소했으나, 1·2심과 대법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 사용자는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판단 기준으로는 업무의 성격, 근무인원과 업무량, 대체인력 확보 필요성, 청구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특히 대체인력 확보가 필수적인 운송업 등에서는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봤다.

이번 사안에서 버스업계 노사는 단체협약으로 휴가 신청 기한을 ‘3일 전’으로 합의했고, 이는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합리적 기간으로 인정됐다.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이를 어겼다면, 사용자는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또한 단체협약이 근로조건을 일부 불리하게 변경하더라도,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대법원 1999다67536). 다만 이번 판결은 시내버스 운송사업이라는 공익성과 특수성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모든 업종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는 중대한 공익과의 형량, 대체인력 확보 노력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향후 연차휴가 시기와 관련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체협약 등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신청 기한을 초과해도 허용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등 노사 간 합리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