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에서 노숙인과 범죄 단속을 위해 주방위군을 배치하고 워싱턴DC 경찰을 연방정부에서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소속 시장은 반발했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워싱턴DC 경찰국을 연방정부 직접 통제아래 둘 것”이라며 “워싱턴 DC의 법과 질서, 공공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주방위군도 배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컬럼비아 특별구 자치법’ 제740조를 근거로 ‘범죄 비상사태’를 선포해 행정부가 워싱턴DC 경찰국을 통제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조항은 연방 정부가 긴급한 사정이 있을 최대 30일 동안만 지역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주방위군은 일차적으로 800명을 배치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될 전망이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오늘 아침 DC 주방위군을 동원했다”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주 안에 주방위군이 워싱턴의 거리로 들어오는 것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워싱턴DC 경찰국 통제 책임을 맡게 된다. AP통신은 “약 500명의 연방 법 집행관도 범죄 대응 노력을 위해 수도 전역에 배치될 예정”이라며 연방수사국(FB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으로부터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보했다.
트럼프는 회견에서 “오늘은 DC 해방의 날”이라며 “우리의 수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의 수도를 범죄와 유혈 사태, 대소동, 더러움에서 구하는 역사적 행동”이라고 했다. 또 “워싱턴의 DC 살인율은 콜롬비아 보고타, 멕시코시티, 그리고 세계 최악의 도시로 알려진 몇몇 지역보다 더 높다”며 “우리 수도는 폭력적인 갱단과 피에 굶주린 범죄자들,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폭력적인 청소년 무리, 약에 취한 광인들, 그리고 노숙자들에 의해 장악됐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노숙인도 워싱턴DC에서 퇴거시키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발표는 이 도시의 폭력 범죄율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공식 통계와는 대조되는 디스토피아적인 수도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시카고 등 다른 도시들도 ‘통제 불능’의 범죄율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런 조치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확산하자 주방위군을 투입한 바 있다. 워싱턴DC는 ‘주’가 아니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시 당국의 반대에도 광범위한 권한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브라이언 슈왈브 워싱턴DC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행정부의 조치는 전례 없고 불필요한 불법”이라며 “워싱턴DC에는 범죄 비상사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인 슈왈브 장관은 지역의 폭력 범죄율이 지난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는 추가로 26% 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뮤리엘 바우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조치는 불안정하고 전례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다툴 수도 있지만, (연방정부) 권한이 상당히 광범위하다”고 했다. 시 차원에서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에 대해 “연방정부 권한을 전례 없이 강하게 행사하는 조치”라며 “시 당국의 치안 결정 권한을 박탈하고 수도 주민들을 군대와의 예측 불가능한 충돌에 노출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