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볶음면 한 봉지가 세계인의 도전 과제가 됐다. ‘불닭볶음면’으로 촉발된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K-푸드의 성공 공식을 만들어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주식 투자 빅 시프트’에서 이 현상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전략으로 풀어냈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볶음면 형태’나 ‘매운맛’ 같은 제품 특성에만 두지 않는다. 전 세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폭발적으로 작동하며, 제품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불닭볶음면은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먹방 콘텐츠의 단골 소재가 되며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도전 문화를 만들었다. 기업 주도의 광고가 아닌 세계 각국 크리에이터들의 자발적 콘텐츠가 제품 가치를 끌어올렸고, 매운맛은 이색적이면서도 도전적인 경험으로 소비자들의 참여 욕구를 자극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제 소비자는 식품을 배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경험과 명분이 있는 상품으로 소비한다”며 “기업이 ‘왜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편의점 자체상표(PB) 상품 ‘점보라면 시리즈’, 하이트진로 ‘테라’, 롯데칠성 ‘생레몬 하이볼’ 등도 네트워크 효과를 기획 단계부터 반영해 시장에 안착시킨 사례로 꼽았다.
그는 한국 식품 산업이 이제 4.0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 시대와 가정간편식 고성장, 배달 플랫폼 시기를 지나, 과거 내수 성장에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해외 매출 비중과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이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가 됐다는 것이다. 내수 점유율을 확대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기업만이 매출·이익·밸류에이션 모두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고, 해외 진출에 실패하면 정체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또 김 애널리스트는 내수 한계를 돌파하려면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제품 기획, 생산·공급망 확충, 해외 시장 맞춤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는 불닭볶음면이 국내에서 만든 순환형 수요 구조를 해외 시장에서도 재현하며 성장하는 삼양식품, 그리고 오랜 1위 자리를 지켜온 농심의 향후 과제에 관해서도 책에서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 외에도 그는 식품 업종의 주가 사이클 변화, 글로벌 소비 구조 전환, 주요 기업별 해외 전략 등을 폭넓게 분석했다. 김정욱 애널리스트가 산업 변화를 읽어내는 감각과, 그 안에서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주식 투자 빅 시프트’는 16개 산업, 45개국, 1300개 기업을 총망라한 국내 최초의 산업별·국가별 통합 분석서다. 지난달 12일 출간된 이 책은 11일 현재 글로벌 핵심 산업의 밸류체인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투자 지침서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리서치 명가’로 불리는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소속 17명의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가 분야별로 집필했으며, 첫 장은 전기차·자율주행 시대를 다룬 김준성 애널리스트(모빌리티)가, 마지막 장은 K-푸드의 글로벌 확산과 수출 전략을 분석한 김정욱 애널리스트가 맡았다. 이지호(로봇), 노우호(이차전지), 박종대(화장품), 김준성(모빌리티), 문경원(에너지), 조아해(금융), 배기연(조선) 등도 필진으로 참여해 첨단 산업부터 금융·조선·제약·소비재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뤘다. 별책부록 ‘글로벌 밸류체인 맵’은 16개 산업의 흐름과 단계별 주요 기업을 보기 쉽게 정리해 호평을 얻고 있다.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