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지대 세워진 ‘화해와평화의교회’…李대통령 “은혜성소 되길”

입력 2025-08-11 19:15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1일 강원도 철원 화해와평화의교회 본당에서 ‘교회 헌당 및 창립 예배’를 드렸다. 철원=신석현 포토그래퍼

화해와평화의교회(김찬수 목사)가 11일 강원도 철원 일대에 문을 열었다. 남북 군사분계선과 맞닿은 접경지 한가운데 세워진 교회는 분단의 상징이자 갈등의 현장에서 신앙을 통한 화해와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이날 화해와평화의교회 본당에서 ‘교회 헌당 및 창립 예배’를 드렸다. 자리에는 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박상규 기장 총회장, 김남중 통일부 차관, 김준혁·송기헌·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교계와 정계 인사 150여명이 함께했다.

설교자로 나선 박 총회장은 ‘하나님께서 나타나신 곳’(고전 3:16~17)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나타내신 자리는 언제나 재단이 세워졌다”며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곳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하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박 총회장은 1989년 독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를 예로 들며 “작은 기도가 모여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역사의 물줄기가 됐다. 이 교회에서의 기도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국가의 운명을 바꿨다”면서 “화해와평화의교회가 민족의 장벽을 허무는 기도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에서 드려지는 기도가 분단된 조국이 하나 되는 미래를 여는 촛불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화해와평화의교회는 2018년 기장 경기북노회(노회장 박문수 목사)가 ‘교회 설립 및 건축 추진’ 헌의안을 상정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2022년 부지를 확정하고 이듬해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철원군청의 건축허가 최종 승인을 거쳐 지난해 6월 가공예식을 올렸으며, 올해 5월 설계·시공·재정 집행을 마치고 준공했다.

화해와평화의교회 전경. 철원=신석현 포토그래퍼

교회 외관은 남북을 오가는 철원 두루미를 형상화했다. 두루미의 빨강·검정·하양 세 가지 색을 반영했으며, 특히 두루미 몸체의 하양은 한 민족을 상징한다. 두루미처럼 동서남북을 자유롭게 오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예배당은 정팔각형 구조로 예수님의 산상수훈 8가지 가르침을 따르며 그 안에서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뜻을 표현했다. 강단은 원형으로 구성해 평등을 상징하며, 중앙에 세운 푸른 십자가는 희망과 통일 한국의 부활을 의미한다.

화해와평화의교회 전담 사역자로 김찬수 목사가 맡을 예정이다. 김 목사는 “이 교회의 역사는 하나님께서 시작하셨다. 하나님께서 평화통일을 반드시 이루실 것이라 믿는다”며 “날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갈라진 이 땅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으면서 평화 순례를 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해와평화의교회는 지역 교인만이 아니라 20만 기장 모든 성도가 교인이라고 믿는다”며 “우리가 함께 세운 교회를 통해 함께 평화를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면 축사를 통해 화해와평화의교회가 치유와 화해, 평화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은혜의 공간이 되길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분단의 경계 위에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신앙의 성소를 세우신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님과 성도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기장은 그동안 기도와 헌신으로 우리 공동체에 늘 큰 힘이 돼 왔고,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따스한 손길을 더해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수년 사이에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면서 “정부는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해 평화 공존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 종교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통합과 평화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필레이 총무는 “기장은 사회·정치·경제 현안에서 언제나 선구적 역할을 해왔으며 수많은 비판과 도전 속에서도 사회 변혁과 한반도 화해·통일을 위한 헌신을 이어왔다”며 “남북 경계에 세워진 화해와평화의교회는 기장의 정체성과 에큐메니컬 정신을 드러내는 살아 있는 상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교회가 모든 교단과 이웃에 열려 있는 평화와 통일의 기도 공간이 돼 과거의 투쟁, 현재의 비전, 미래의 희망을 잇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WCC도 전쟁과 폭력, 기후위기 속에서 더욱 절실해진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며 연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장 화해와평화의교회 창립 예배 참석자들이 11일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철원=신석현 포토그래퍼

철원=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