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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들은 자신의 개를 흔히들 ‘아이’나 ‘아가’라고 부르곤 합니다. 흰 눈동자가 드러날 만큼 커다란 눈을 깜빡이는 강아지의 모습은 실제 아기를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혼자서는 사료를 꺼낼 수도, 동네를 산책할 수도 없는 개의 처지 또한 실제 영유아와 다를 바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를 아이라고 부르는 비유적 언어 습관에는 생물학적 근거가 존재합니다. 개들이 어린아이와 비슷한 표정을 짓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이 2019년 미국 국립과학연구원(PNAS) 회보에 발표한 논문 ‘해부를 통해 살펴본 개의 안면근육 진화’에 따르면 개들은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린아이와 비슷한 외형과 표정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물론 이면에는 아기를 닮은 개체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아기 같은 외모와 표정의 개들을 번식시킨 인류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개에게 가축화란 “어린아이가 돼 가는 과정”
인간과 개의 동행은 약 3만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무렵부터 개는 가축화 과정을 거쳐 반려동물에 적합한 외양과 습성을 갖추게 됩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표정입니다. 연구진은 개의 표정을 강력한 ‘비언어적 표현 수단’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표정으로 슬픔과 결핍을 표현함으로써 먹이를 얻어먹거나 부상을 치료받는 식으로 인간의 돌봄을 유도했다는 겁니다.
개가 표정을 드러내도록 진화했다는 강력한 생물학적 증거는 눈 주변에 있습니다. 눈 앞뒤를 당길 수 있는 내안각거근(LAOM)과 안구외측견인근(RAOL)의 존재입니다. 내안각거근(LAOM)은 눈 앞부분을 끌어당겨 눈을 더 크게하는 근육입니다. 늑대에게는 없고, 개의 경우는 늑대에 가까운 시베리안허스키를 제외한 모든 견종에 발달해 있습니다.
안구외측견인근(RAOL)은 눈꼬리 바깥쪽을 당겨 눈을 크게 보이게 하는 근육으로, 늑대에게도 있지만 발달하지는 않았습니다. 개들은 이 두 가지 근육을 이용해 눈을 크게 떠서 슬픔이나 갈구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고, 이런 표정 덕에 인간의 돌봄 본능을 자극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개들은 표정뿐만 아니라 외양도 귀여움을 강조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개들은 대를 거듭하면서 선조 격인 늑대의 뾰족한 귀, 날카로운 얼굴선을 버리고 대신 동그란 얼굴과 짧은 귀, 커다란 눈을 갖게 됐습니다. 덕분에 시베리안허스키처럼 늑대에 가까운 견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려견은 성견이 돼도 강아지 시절의 외모를 일정 정도 유지합니다.
이처럼 동물이 어렸을 때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생물학 용어로는 유형성숙이라고 부릅니다. 연구진은 “개들은 눈썹 근육이 진화한 덕분에 나이가 들어도 영유아기에 머무른 듯한 유형성숙을 유지하고, 인간을 본떠 슬픔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며 “이를 활용해 인간의 돌봄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
물론 유형성숙은 인간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고대 인류가 귀여운 표정을 짓는 개들을 골라서 키웠을 것이고, 그 결과 귀여운 개들이 더 많이 번식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측합니다. 연구진은 “개들이 표정을 풍부하게 짓는 것은 진화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선호에 따른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