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부촌을 사실상 ‘자기 왕국’으로 만들어버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웃 집을 사들이고 부인 동상을 세우며 각종 공사와 파티로 주민들의 생활을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14년 전 의사·변호사·기업 임원·대학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 사는 팰로앨토의 한 부유층 마을로 이사했다.
저커버그는 이사 온 뒤 주변 주택 매입에 나섰다. 시세의 2~3배를 제시해 주민들이 집을 팔고 떠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14년 동안 사들인 주택만 11채, 총액은 1억1000만 달러(약 1527억원)에 달했다.
그중 5채는 게스트하우스·수영장 등 가족과 손님을 위한 시설로 개조됐다. 자택에는 2m 높이의 부인 동상을 세웠고, 시 조례를 무시하고 자녀를 위한 사립학교도 만들었다.
2016년에는 주택 4채를 철거해 지하 공간이 있는 소형 주택을 짓겠다며 허가를 신청했지만, 시에서 불허했다. 그러자 그는 한 번에 철거하지 않고 나눠서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했다.
주택 4채를 한꺼번에 철거하는 것은 시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3채 미만으로 공사를 나눠 추진한다면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는 조례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공사는 8년간 이어졌고, 그동안 도로가 막히고 차량이 파손되는 등 이웃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보안팀은 길을 지나는 주민을 차량에서 촬영하고, 이웃 정원 쪽으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집에서는 메타 직원들을 초대한 파티가 잦았고, 밤늦게까지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민들이 소음 민원을 제기해도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고, 오히려 행사에 경찰 인력이 지원됐다.
항의가 쏟아지자 저커버그 측은 와인·초콜릿·도넛 같은 선물을 돌렸고, 심지어 소음 차단 헤드폰을 보내기도 했다.
저커버그 측은 “그는 상당한 위협에 노출된 인물이라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하다”며 “이웃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