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정부 차원의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피지컬 AI를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부처 간 공동 대응 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1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지난주부터 산업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AX) 정책 협력을 위한 실무진 회의를 시작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과 류제명 2차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문신학 1차관 등이 중심이 된 장관급 협의체가 가동될 예정이다. 두 부처 장관 회의는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미 관세 협상에 참여한 김 장관의 귀국이 늦어지며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피지컬 AI 등 첨단 AI 역량을 제조·물류·의료 등 산업 현장에 이식해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또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에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앞서 류 차관은 지난달 30일 피지컬 AI를 국내 산업 분야에 적용할 방안을 찾는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AI 분야와 제조 업계의 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부처 간 장관 협의체 가동은 이러한 계획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그는 “피지컬 AI는 제조·물류뿐만 아니라 농업·의료·국방 등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차세대 범용 AI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기존의 생성형AI나 데이터 기반 AI와 달리 센서·로봇·자율제어 기술과 결합해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장에서는 AI로 학습한 로봇 팔이 스스로 부품을 조립하고, 물류 창고에서는 AI 자율주행 로봇이 재고 관리와 운송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AI가 집도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학습해 공동 수술을 진행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AI가 농작물 상태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수확한다.
특히 자동화율이 낮은 중소 제조업체에 도입될 경우 인건비 부담 완화와 품질 균일화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 분야는 국제 표준과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속도전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