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1·2사단 작전통제권을 육군에서 해병대로 넘기는 안을 국정기획위원회가 확정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해병대사령부가 해군에 통폐합된 1973년 이후 52년 만에 해병대사령관이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행사할 길이 열리게 된다. 현 육·해·공 3군 체제에 독립성을 강화한 해병대를 더한 ‘준(準) 4군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의 첫 단계다.
국정기획위는 해병대 작전통제권 원상 복구가 포함된 국방개혁 과제를 오는 13일 발표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해병대사령관이 인사권과 예산권은 물론 작전권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보장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병대사령관이 인사·군수 등 군정권은 물론 작전·정보 등 군령권을 온전히 통솔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해군본부 소속 해병대사령부 예하에는 1·2사단과 서북도서방위사령부, 6·9·특수수색 여단 등이 편제돼 있다. 해병대사령관은 이 가운데 서북도서방위사령부와 여단급 부대의 지휘권만 행사한다. 해병대 1·2사단 작전통제권은 박정희정부 때인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며 육군으로 이양됐다. 경북 포항, 경기 김포 관할 부대인 육군 2군작전사령부와 수도군단이 작전 전개 시 해병대 1·2사단을 각각 통솔한다. 해병대사령부는 1987년 해군본부 예하로 재창설됐지만, 작전통제권은 그대로 육군에 남았다. 직제상 해군 소속이지만 가장 큰 규모의 사단급 부대는 육군의 통제를 받는 구조다.
이처럼 분리된 지휘체계 탓에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작전 수행 능력은 물론 돌발 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2023년 7월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채 상병 사고 당시 지휘권이 육군 50사단장에게 있었다며 자신은 수색 작전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1·2사단 작전통제권 이양이 이뤄지면 준 4군 체제 개편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군조직법 개정 논의도 시작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이재명정부 임기 내에 준 4군 체제 개편을 마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만 상륙작전 수행이 주 임무인 해병대는 상륙함을 운용하는 해군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전략 자산과 인력의 교통정리는 풀어야 할 과제다.
해병대는 독자적인 작전 결정권이 보장되면 해안, 도서 지역의 방어 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1·2사단의 작전통제권 복구는 해병대사령관이 온전히 예하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된 실질적 조치”라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