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 창건 450주년을 맞아 퇴계 이황의 도학정신과 시심(詩心)을 서예 작품으로 되살리는 특별 전시 ‘퇴계(退溪)’가 마련돼 눈길을 모은다.
도산서원 창건 450주년을 기념해 퇴계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작가 51명이 퇴계의 자작시와 도산을 노래한 후학들의 시를 현대 서예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고유제, 학술대회,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인문예술 프로젝트가 이어질 예정이며 대구에서 열리는 서예전이 시작이다.
도산서원 창건과 함께 걸린 편액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그 글씨의 유산을 이어가는 이들이 퇴계의 학문과 문학을 서예로 되살리는 자리다.
올해는 영남의 수문서원으로 알려진 도산서원 창건 및 사액 45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최고의 성리학자이자 조선의 서원부흥운동을 주도했던 이황은 중국과 다른 한국 서원만의 특징을 만든 인물이다.
서원을 성인이 되기 위한 수양의 장으로 생각했던 이황은 도덕적 이념을 위해 목숨까지 버렸던 성인을 추모하고 성인의 삶을 이어갈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서원을 만들었다.
이황 사후, 그의 도학적 삶에 대한 평가는 도산서원 창건으로 이어졌고 1574년 봄에 건축이 시작돼 1575년 여름에 낙성됐다. 당시 선조는 이황을 배향할 서원이 건축된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당시 최고의 서예가 석봉 한호에게 도산서원 편액을 쓰게 했다.
1575년 낙성된 시점에 왕이 내린 편액(이를 사액서원이라고 한다)이 걸렸고 이를 도산서원의 창건 시점으로 해석했다. 도산서원 창건 및 사액 450주년을 의미 있게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전시는 도산서원이 낙성되고 편액이 걸린 여름에 맞춰 열리는 행사다.
서예전에 참여한 현대 한국 최고의 서예가 51명은 한호가 쓴 ‘도산서원’ 편액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퇴계 이황 선생이 남긴 자작시, 후학들의 추모시, 조선 명사들의 도산 순례시 등 100여 편을 현대 서예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한 문학적 재현을 넘어 퇴계의 도학정신과 삶의 궤적을 서예를 통해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 서예작가들뿐만 아니라, 한호와 더불어 최고의 서예가로도 이름을 날렸던 퇴계 이황의 친필 작품 역시 함께 걸린다. 퇴계로부터 시작돼 퇴계의 삶과 퇴계를 노래한 사람들의 시를 서예 작품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 도산서원, 한국서예협회 대구시지회가 공동 주관하는 서예전 ‘퇴계(退溪)’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에서, 9월 18일부터 27일까지는 경북도청 동락관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도산서원은 유교의 핵심 가치를 서원운동을 통해 실현하려 했던 퇴계 선생의 도학적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 정신과 문학을 현대의 묵향으로 되살리는 인문예술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