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량의 금속 ‘리튬’으로 알츠하이머 병 진행을 늦추고 이미 손상된 기억력과 뇌 기능까지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루스 얀크너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 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리튬 오로테이트(리튬과 오트르산 합성 물질)를 소량 투여해 쥐의 뇌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얀크너 연구팀은 사후 기증받은 사람의 뇌와 혈액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뇌에는 일정 수준의 리튬이 존재했지만 가벼운 인지장애 단계부터 리튬 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알츠하이머가 진행된 뇌에서는 거의 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쥐 실험으로 재현했다. 정상 쥐에게 리튬이 부족한 식사를 제공하자 시냅스 수가 줄고 기억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리튬 오로테이트’를 극미량 투여하자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이 줄어들고, 기억력이 생후 6개월 젊은 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얀크너 교수는 “건강한 노령 쥐에서 리튬이 기억 기능을 촉진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건강한 노인에서도 리튬 수치가 높을수록 기억력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리튬은 19세기부터 기분 개선 보조제로 쓰였고, 1970년대 이후 양극성장애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다만 기존 임상시험에서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효과가 엇갈렸다.
연구진 역시 아직은 동물실험과 사후 분석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효과 검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얀크너 교수는 “아직 리튬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쥐에서 인간으로 넘어갈 때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임상 실험으로 이번 실험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