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되면 꼭 출전하겠다’는 꿈을 키운 대회였는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고지원(21·삼천리)의 우승 소감이다.
그는 고향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한 소감을 묻자 “고향에서 첫 승을 거두어 무척 기쁘다. 특히, 이 대회는 초등학생 때부터 꿈나무 레슨도 받고 프로암에도 참가하면서 ‘프로선수가 되면 꼭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키운 대회였는데, 그런 대회에서 우승해서 무척이나 뜻깊다. 우승 원동력은 옆에서 항상 믿어주는 가족과 스폰서 식구들 덕분이다”고 했다.
고지원은 KLPGA투어 3승을 기록 중인 고지우(23·삼천리)의 친동생이다. 언니는 동생이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자마자 그린으로 달려가 가장 먼저 축하를 해주었다.
고지원에게 언니는 경쟁 관계이면서 늘 부러운 존재였다.
그는 “언니는 항상 고마운 존재다. 챔피언 퍼트하는데 이미 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히 (내가) 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언니가) 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웃겨서 오히려 내 눈물이 쏙 들어갔다”며 “언니를 보면서 항상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골프에 대한 열정을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고지원은 이번 대회에 조건부 선수로 출전해 덜컥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행운이 아닌 준비된 결과였다. 고지원은 이 대회에 앞서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입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재능이 타고나지는 않았다. 주니어 시절부터 항상 중간 정도였다. 상비군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며 “롯데오픈에서 컷 탈락한 뒤 2주간 드림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1차 프로 테스트에 응시하면서 감이 살아났다. 그러면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성장하게 된 배경을 정신력과 퍼트로 꼽았다.
고지원은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예전에는 쫓기듯 플레이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스스로 혹사도 많이 했다. ‘회복 탄력성’이란 책을 읽고 생각을 전환했다”며 “이전에는 스폰서와 가족에게 증명하려고 애쓰는 골프를 쳤다면 지금은 나를 위한 골프를 하고 스스로 즐기기 시작하면서 좀 더 성장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고지원은 이번 대회를 마치고 나면 드림투어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2년간 투어 시드를 획득하면서 출전을 취소했다.
최소 2년간은 2부 투어에서 마음을 졸이지 않게 된 고지원은 “하반기에는 우승을 목표로 계속해서 좋은 플레이를 이어가고 싶다”며 “이번 우승이 기회가 되길 바라며, 실수를 줄이고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