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트리오’의 동반 부진으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고비를 맞이했다. 7년 만의 가을 야구를 넘어 26년 만에 대권 도전을 노리는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 3인방의 반등이 절실하다.
한화는 10일 경기를 앞두고 후반기 승률이 5할 아래(8승 1무 9패·0.471)로 떨어졌다.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LG 트윈스에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8일에 이어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와의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내주며 양 팀 간 격차는 3경기 차로 벌어졌다.
패배만큼 뼈아픈 건 투수 엄상백의 부진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78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 LG와의 2차전 선발로 나선 엄상백은 1회에만 6실점하며 조기 강판당했다. 여전히 1승(7패)에 그치는 사이 평균자책점은 7.42까지 치솟았다.
구단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에게 2군행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팀도 힘이 생길 텐데 어제 (엄상백의) 경기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적어도 5회까지 이닝을 책임져준 뒤에 불펜을 투입해야 하는데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타선 강화 카드로 영입한 야수 심우준의 타격 침체도 심상찮다. 한화는 시즌 전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 계약을 맺었으나 전날까지 타율 0.202, 2홈런 15타점에 그치고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0.169) 이후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부상 여파로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심우준은 시즌 도중 군에서 전역한 지난해를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100경기 이상을 출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잔부상 여파로 62경기 소화에 그치며 100경기 출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한 안치홍은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통산 타율 0.295(6289타수 1853안타)로 정교한 타격 능력을 자랑하는 그는 올해 타율 0.173에 머물고 있다.
리그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엄상백 심우준 안치홍의 올 시즌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각각 -0.73, -0.09, -1.12로 모두 음수다. 세 선수 모두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