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울산HD 신임 감독이 다시 한번 ‘난놈’임을 증명했다.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직후 울산은 무려 3개월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울산은 지난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루빅손의 결승골을 앞세워 제주SK를 1대 0으로 꺾었다. 이번 승리로 공식전 11경기 무승(3무 8패) 고리를 끊어냈다.
이날 경기는 지난 5일 소방수로 투입된 신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리그 3연패 위용의 울산은 올 시즌 하위권 추락 위기에 놓이자 김판곤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앞서 지난 2일 김 감독의 고별전에서도 울산은 수원FC에 2대 3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13년 만에 K리그에 돌아와 신고식을 치른 신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예고했다. 신 감독은 “포메이션이 없다시피 한 축구를 하겠다”며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울산은 3-4-3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양쪽 윙백으로 왼발잡이 조현택을 오른쪽에, 오른발잡이 최석현을 왼쪽에 세웠다. 윙백이 측면에서 크로스만 올리는 게 아니라 안쪽으로 파고들며 직접 득점을 노리는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보려는 의도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윙백들의 움직임이 단조로웠던 게 아쉽다. 포메이션이 없는 듯한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선수들이 경기에 들어가니 좀 두려웠던 것 같다”면서 “공을 빼앗기자마자 압박하고 공을 빼앗으면 곧바로 역습에 들어가는 모습은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친 선수단의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다. 신 감독은 이날 특별 휴가를 준 주장 김영권 없이 경기를 치렀다. 경기 직후에는 선수단 전원에 3일간 휴가를 선언했다. 이날 100번째 클린시트를 기록한 조현우는 신 감독에 대해 “팀에 좋은 기운과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신 감독은 이번 시즌 3위권 안에 들겠다는 각오다. 1등 전북 현대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 만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따내는 걸 현실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신 감독은 “승리를 안겨드리려고 선수들과 최선을 다했다. 경기장에 2만명, 3만명, 4만명이 찰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