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요즘 인공지능(AI) 강의 수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이 AI 생성물이었다는 사실을 댓글 창을 보고 나서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 손 모양이나 배경 등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며 “AI로 만든 콘텐츠가 쏟아지고 AI를 활용할 일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똑바로 배워두지 않으면 속아넘어갈 일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I는 잘 활용할 경우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만,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결과 검증이 부실할 경우 ‘할루시네이션(환각)’에 따른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대학생 한모(23)씨도 “조별과제에서 한 조원이 챗GPT에게 물어 자료를 조사해왔다”며 “자료 취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발견했는데, AI를 곧이곧대로 믿을 게 아니라 제대로 파악하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AI를 보다 ‘똑똑하게’ 쓰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인 ‘AI 리터러시(문해력)’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교육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성인 교육 플랫폼 ‘패스트캠퍼스’가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사 AI 강의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29만5311원으로, 2023년 23만5334원에 비해 25% 늘어났다. AI 학습에 관심을 보이는 연령대 또한 다양했다. 패스트캠퍼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해 AI 강의 상세페이지에 방문한 연령별 비율은 45~54세가 24.6%로 가장 높았고, 40대 이상 연령층이 전체 방문자의 45% 이상을 차지했다.
여러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도 AI 문해력을 주제로 한 교육 과정이나 특별 강의를 추진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AI 프로그램 활용법과 사용 윤리 등을 다루는 ‘AI 리터러시 아카데미’ 교육생을 주기적으로 모집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동두천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9개 시군에서 ‘찾아가는 AI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화성특례시는 올해 예산 9억1400만원을 투입해 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AI 교육 사업을 벌인다.
개인이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사교육이나 공공기관·지자체의 산발적 정책에만 기대기에는 AI 문해력의 중요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아예 AI 문해력을 의무 교육 과정으로 편성하는 등 ‘국가 경쟁력’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 국가 AI 자문위원회는 AI 문해력을 중점 분야 중 하나로 분류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AI 학습 자료 배포를 제안했다.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초·중학교에서는 올 가을 학기부터 연간 최소 8시간 이상의 AI 교육을 필수 제공해야 한다. 핀란드 역시 2018년 정부 주도로 무료 교육 프로그램 ‘엘리먼츠 오브 AI’를 개발, AI 기초교육의 토대를 다졌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