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여성 심판이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에 나섰다.
젠 파월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5 MLB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루심으로 출전했다. MLB 정규시즌 무대에 여성 심판이 등장한 것은 1876년 내셔널리그(NL)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파월은 경기 시작 전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1루심 위치로 달려 나간 뒤, 주루 코치와 악수를 나눴다. 1회 초 종료 후에는 애틀랜타 선발투수 허스턴 월드렙의 손을 살피며 이물질 검사를 진행했다. 3회 초 병살타 상황에선 역동적인 몸짓으로 아웃을 선언했다. 이후에도 판정 논란이나 양 팀의 항의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파월은 학창시절 소프트볼과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스포트볼 심판으로 뛰기 시작했다. 2015년 MLB 심판 트라이아웃 캠프를 수료한 뒤 이듬해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여성 심판의 선구자다. 2023년 트리플A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여성 최초로 심판을 맡았다.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역대 3번째이자 17년 만에 MLB 시범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날 그가 착용한 모자는 MLB 명예의 전당이 있는 쿠퍼스타운에 전시될 예정이다. 경기 후 파월은 현지 매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며 나의 이름을 연호했다”며 ”오늘 꿈이 이뤄졌다. 믿을 수 없으면서도 감동적인 순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자신이 밟아온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는 길은 아니지만 도전해 보라”고 조언했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도 “파윌이 맡은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고 칭찬했다.
파월의 역사적 행보는 계속된다. 이어진 더블헤더 2차전에서 3루심으로 나섰던 그는 11일 경기에 주심으로 출전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새길 예정이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