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원(21·삼천리)이 고향 제주에서 ‘60전61기’에 성공했다.
그것도 제주특별자치도 출자로 설립된 제주개발공사가 주최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에서다.
고지원은 10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사이프러스 북-서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반기 첫 대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3개를 골라 잡아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고지원은 노승희(24·요진건설)의 집요한 추격을 2타 차이로 뿌리치고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을 획득했다.
고지원은 KLPGA투어 통산 3승이 있는 고지우(23·삼천리)의 친동생이다. 고지우는 지난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했다. KLPGA투어 47년 역사상 자매가 한 시즌에 동반 우승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KLPGA투어 자매 우승은 이들에 앞서 박희영(38)과 박주영(34·동부건설) 자매가 있었으나 17년이라는 시차가 있었다. KLPGA투어에서 통산 3승이 있는 박희영의 가장 최근 우승은 2006년, 박주영은 2023년 대보 하우스디오픈에서 우승이 있다.
고지원은 2023년과 2024년에 KLPGA투어에서 활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시드를 잃었다. 작년 시드전에서 올해 전경기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2부인 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올 시즌 드림투어에서는 현재까지 상금 순위 3위에 자리하고 있어 내년 KLPGA투어 시드가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2년간 시드를 받게 돼 내년부터는 이른바 ‘정규직’으로 투어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고지원은 다음주 드림투어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취소했다. 그는 “드림투어에 출전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고지우는 이 대회 전까지 KLPGA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해 7개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주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위에 입상하며 우승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고지원은 전날 일몰에 걸려 4개홀을 마치지 못해 잔여홀 경기를 치른 뒤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5번(파5)과 6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을 때만 해도 낙승이 예고됐다. 하지만 ‘침묵의 암살자’노승희의 집요한 추격에 2타 차 간격을 더 벌리지 못해 쫓기는 신세가 됐다.
15번 홀(파4)에서는 위기도 있었다. 두 번째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세 번째샷도 핀과는 3m 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신예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파세이브에 성공해 추격자들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승희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탭인 버디를 잡자 고지원은 1m 가량의 챔피언 버디 퍼트로 응수해 그린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니 고지우로부터 눈물의 축하 포옹을 받았다.
고지원은 “첫 우승 고향에서 하게 돼 기쁘다. 어린시절 삼다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프로가 돼 이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나흘간 샷감 흔들리지 않고 잘 마무리한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라며 “이런 성적을 거둔 것도 언니의 도움이 컸다”고 생애 첫 우승의 공을 언니에게로 돌렸다.
고지원은 이어 “골프를 잘치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노승희가 단독 2위(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 윤이나(22·솔레어)와 이다연(28·메디힐)이 공동 3위(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쳤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