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알래스카 담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와 함께 결정해야”

입력 2025-08-10 09:29 수정 2025-08-10 10:3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휴전을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예고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3년 반 가까이 계속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세기의 담판’이지만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패싱’한 회담인 탓에 자칫 러시아에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푸틴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만날 것이라고 직접 발표한 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즉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휴가차 영국을 방문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주재로 9일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당 회의에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과 루스템 우메로프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를 파견했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정부 당국자가 참석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들(밴스 부통령과 래미 장관)이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 보장을 위한 진전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도 엑스에 회의 사실을 전한 뒤 “회의는 건설적이었다”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평화의 길은 반드시 우크라이나와 함께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별도 게시물에서도 “러시아의 전쟁 연장 및 영토 점령 의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지혜롭게 그리고 협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 담판이 푸틴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를 도출한 뒤 이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강요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유럽은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전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점령을 인정하는지 여부다. 러시아는 2014년 불법 병합한 크림반도 외에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해왔다. 다만 최근 푸틴 대통령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는 러시아의 통제 아래 두되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은 현재 전선 상태를 유지하는 휴전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을 만난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로부터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뒤 유럽 국가 지도자들에게도 해당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영토 문제 논의 전에 휴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는 프랑스와 덴마크, 스페인, 핀란드 등 유럽 정상들과 연쇄 통화하며 미·러 회담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는 결정이 되지 않도록 유럽의 지지를 요청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엑스에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3년 넘게 자유와 안보를 위해 싸워온 우크라이나인들을 배제한 채 결정될 수 없다”며 “유럽인들도 자신들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반드시 해결책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적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에 젤렌스키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CNN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양도하는 대가로 휴전을 얻어낸다는 위트코프 특사의 아이디어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