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위안부 할머님들의 명예와 존엄이 온전히 회복되는 그날까지 주어진 모든 책임을 다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9일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열린 기림의 날 기념식 및 기림문화제에 참석해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님께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지 3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진실을 밝히셨던 할머님들의 큰 뜻과 용기에 우리는 ‘완전한 해결’이라는 답으로 보답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 사이 240분의 할머님 중 234분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해마다 할머님들을 떠나보내며 할머님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하루하루가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며 “경기도는 우리 곁을 먼저 떠나신 어르신들, 본명조차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진 많은 피해자분들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일깨운 역사의 증언자로 기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꺾이지 않는 희망의 힘을 보여주신 할머님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기림의 날은 매년 8월 14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올해 기념식은 ‘다시 만난 나비, 세계가 하나로’를 주제로 고(故) 박옥선·이옥선 할머니 흉상제막식, 문화공연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나눴다.
특히 경기도는 이날 고 김순덕 할머니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디지털 휴먼을 공개해 할머니를 기억하는 많은 참석자의 눈길을 끌었다.
김순덕 할머니의 AI 디지털 휴먼은 할머니의 단순 외형을 복원한 것이 아닌, 목소리, 감정, 심리 상태 등 종합적으로 구현한 디지털 인격체다.
김 지사는 김순덕 할머니의 AI 디지털 휴먼과 대화에서 “할머님들의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이뤄드리도록 노력했으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자 김순덕 할머니는 “글쎄. 마음 같아서는 당장 고향에 묻히고 싶지만 내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지, 뭐.”라고 답했다.
경기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기억의 꽃배달 프로젝트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 동안 해외 소녀상 꽃배달 캠페인을 추진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소녀상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존경과 기억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세계 시민들과 연대해 기억을 이어가겠다는 취지가 담겼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필리핀, 중국, 캐나다 7개국 13곳의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한 이번 캠페인 결과는 이날 영상으로 공개됐다.
도는 지난해 기림의 날을 맞아 7월 둘째 주부터 2주 동안 전국 139개 소녀상에 꽃을 배달하는 ‘기억의 꽃배달’ 프로젝트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꽃배달 참여자를 모집해 138명이 참가했으며 김 지사가 마지막 139번째 기억의 꽃배달 주자로 캠페인에 참여해 도청사와 도의회청사 앞에 위치한 소녀상에 꽃을 배달했다.
광주=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