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칼리·레나타, T1의 뽀삐

입력 2025-08-09 20:31 수정 2025-08-10 12:03
LCK 제공

9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T1과 농심 레드포스의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4라운드 경기가 진행됐다. 승자는 T1. 이로써 T1은 16승8패(+16)를 기록해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경기 결과만큼이나 눈에 띈 건 농심의 밴픽이었다. 농심은 2세트에서 칼리스타·레나타 글라스크를 골랐다. 칼리스타는 치명적 너프를 당한 뒤로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챔피언이다.

농심은 이날 4·5 밴카드를 니코와 칼리스타로 고정했는데, 조합상 카운터 픽이 될 수 있는 뽀삐를 풀어주더라도 ‘케리아’ 류민석이 유독 잘 다루는 나머지 두 챔피언은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 완강했다. 그렇다면 뽀삐를 내주되, 라인전에서라도 반드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칼리스타와 레나타를 뽑았다.

농심 박승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류민석의 바드가 굉장히 뛰어나서 밴을 했다. 뽀삐를 밴할 자리가 없었다”며 “상대가 5픽으로 뽀삐를 하는 게 염려됐다. 탑과 정글로 먼저 골랐던 오공과 그웬의 카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CK 제공

그렇다면 T1의 생각은 어땠을까. 류민석은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농심의 생각대로 바드·니코·뽀삐 중 하나를 할 생각이었다”면서 “상대가 어떤 걸 고르든 우리가 뽀삐를 뽑는 순간 뽀삐가 못하는 게 아니라면 질 수 없는 조합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가 칼리스타·레나타를 고른 걸 보고는 픽창에 소라카를 잠시 올려뒀다가 뽀삐를 선택했다.

농심은 의도했던, 상정했던 것과 달리 라인전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박 감독 “뽀삐를 못 뽑게 하려고 칼리스타와 레나타 글라스크를 골랐는데 생각했던 구도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았다. 추가적인 피드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라인전이 만족스럽지 않기는 T1 역시 마찬가지였다. 류민석은 “원거리 딜러가 시비르여서 라인전이 그리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생각처럼 라인전이 안 됐다. 경기가 끝나고도 피드백했다”고 말했다.

류민석이 가장 아쉬워한 건 1레벨 딜 교환 장면. 그는 “상대가 1레벨에 손해를 감수하고서 딜 교환을 걸었다. 우리도 맞딜을 하면서 싸워야 했는데 뒤로 빠졌다”면서 “내 기준에서는 그게 손해로 이어졌다. 정글러가 블루 버프를 빼앗기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