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조건’ 모두 갖고 있으면 조기 치매 위험 70%↑

입력 2025-08-09 11:19 수정 2025-08-09 16:09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조기 치매 위험이 2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사증후군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진 경우 조기 치매 위험이 약 70%까지 증가했다.

9일 의학계에 따르면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교신저자), 천대영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이정윤 순천향대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대사증후군과 조기 치매 발생 간 상관성을 대규모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지난 6일 발표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과 고혈압, 고혈당, 혈중 중성지방 증가,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감소 등 상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면 혈관에 염증과 손상이 발생하며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원활치 않아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대사증후군은 심장질환과 뇌졸중, 당뇨병을 비롯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주요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40~60대 남녀 약 198만명을 평균 7.8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전체 참여자 약 25%가 대사증후군에 해당됐다. 진단 기준은 5가지 지표인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혈중 중성지방 증가’ ‘HDL 콜레스테롤 감소’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대사증후군 보유자는 조기 치매 위험이 24% 더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2%, 혈관성 치매 위험이 21% 증가했다. 특히 대사증후군 5가지 지표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에는 조기 치매 발생 위험은 약 70%까지 늘어났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몸무게와 관계없이 대사질환이 동반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정상 체중이지만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 위험이 비만군보다 더 높았다. 체중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건강 상태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이 조기 치매의 중요한 위험 요인임을 확인했다”며 “대사 건강 관리가 곧 뇌 건강 관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면 조기 치매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은 ‘대사증후군과 조기 치매의 연관성’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신경학회 공식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4월호에 게재됐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생선 위주의 식사를 실천하는 한편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함께 병행하는 게 권장된다.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도 인지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