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産 제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자, 인도 정부가 미국산 무기·항공기 도입 절차를 멈추며 대응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수주 내 계획했던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의 방미와 대규모 미국산 무기 도입 발표를 취소했다.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품목은 보잉 P-8 대잠초계기 6대와 지원 체계, 스트라이커 장갑차,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로, 이 중 해군용 P-8 패키지의 경우 36억 달러(약 5조 원) 규모로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불과 2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P-8 도입과 스트라이커·재블린의 인도 내 공동생산 추진을 공식화하며 방산 협력의 폭을 넓혀왔다. 그러나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국가별 관세(상호관세) 25%를 적용한 데 이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추가 25%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3주 뒤 대(對)인도 관세율이 50%까지 뛰게 됐다. 인도는 관세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방산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인도가 미국 관세와 양국 관계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확보하면 무기 구매가 진행될 수 있지만, 당초 기대처럼 속도감 있게 진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공식적인 ‘중단’ 서면 지시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 시점에서 가시적 진전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는 모디 정부의 이런 조치가 고율 관세로 흔들린 양국 관계 속에서 인도가 불만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세계 2위 무기 수입국인 인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최근에는 프랑스·이스라엘·미국 등으로 다변화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와 국내 반미 민족주의 기류가 겹치며 “모디 총리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의 전환을 정치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인도 정부는 대미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 도입 축소 또는 가격이 비슷하면 미국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