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아, 어른들이 선결제했단다. 책 받아가렴. 들어와서 고르기만 해.’
충북 청주에서 서점 ‘책앤, 방’을 운영하는 이지영(51)씨는 지난 1일 SNS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게시글은 스레드에서만 ‘좋아요’를 7만3000여개나 받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씨가 벌이는 이 활동의 이름은 ‘책 사줄게 프로젝트’.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혼자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책앤, 방’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독립서점으로, 프로젝트는 이씨가 올해 2월 단골손님 A씨와 나눈 대화가 계기가 됐다. 그는 A씨에게 SNS에서 본 게시물을 소개했는데, 여기엔 학생들을 상대로 선결제를 통해 ‘독서 나눔’을 실천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내용을 들은 A씨는 “1년 동안 매달 5만원씩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돈은 프로젝트의 종잣돈이 됐다. 지난 2월 3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4권(3월), 10권(5월), 11권(8월)…. 이씨는 “우리 책방은 학생들 등하굣길에 있는데도 과거엔 혼자 이곳을 찾는 학생이 없었다”며 “하지만 (무료로 책을 준다는) 공지를 하자 서점에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앤, 방’이 벌이는 일은 알음알음 알려졌고 후원자도 늘기 시작했다. “1년치 책값을 한꺼번에 후원하겠다”거나 “상황은 여의치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1권 값이라도 보내드리겠다”는 연락이 이어졌다.
책을 선물 받는 학생들이 지켜야 할 원칙은 하나다. 보호자 없이 혼자 책방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 이런 규칙을 세운 것은 아이들에게 혼자 책방을 서성이며 책을 고르는 ‘경험’을 선물해주기 위해서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한 뒤엔 SNS에 ‘인증샷’을 올린다. 후원자들에게 학생들이 어떤 책을 선물 받았는지 알리기 위해서다. 책을 선물 받은 아이들은 이씨를 껴안기도 하고, 어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씨는 책을 선물 받은 한 학생의 부모 B씨가 책방에 찾아온 이야기도 들려줬다. B씨는 “휴대전화만 보던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게 됐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학생을 위해 책을 선물해 달라”며 후원금을 내놓았다.
이씨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해 섭섭해하는 아이들에게는 3000원이 든 봉투를 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용돈을 주는 이유를 묻는 말에 이씨는 “책방을 찾아오는 마음이 기특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이런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