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尹통화’ 의원 향하는 수사… 특검 “당 불문 전방위 조사”

입력 2025-08-08 16:14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 국민의힘 등의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국회 계엄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검이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본격화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특검은 당시 국회 관계자 등에 관한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 사실관계를 밑바닥부터 다진 뒤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국민의힘 당시 지도부 등을 정조준할 방침이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전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부터 계엄 해제일인 다음날까지의 국회 상황 등을 타임라인에 따라 상세히 질문했다. 우 의장은 “경찰에 막혀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갔다” 등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 조사의 핵심은 계엄 해제 의결이 열리기 전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우 의장이 나눈 통화 내용이었다. 추 의원은 우 의장과 두 차례 통화를 통해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시간을 오전 1시30분으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표결을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3분에 개의된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됐다. 당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에 불과했다. 특검은 우 의장에게 당시 통화 내용과 의미 등에 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추 의원의 해당 통화가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고 하는 의도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전날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박 직무대리는 당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으로 국회 봉쇄와 체포조 지원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특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국회 봉쇄 등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소통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오는 17일 당시 표결에 참여했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당시 표결에 참여했던 김상욱 더불어민주당(당시 국민의힘) 의원을 앞서 조사했던 특검은 국민의힘, 민주당 등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관련자 다수에게 참고인 조사를 요청하는 등 전방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조사를 토대로 피고발된 상태인 추 의원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혐의를 다져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계엄 해제 방해 관련) 주요 피고발인을 바로 소환하는 단계는 아니다”며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정된 후 추 의원 등의 소환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은 특히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밤 추 의원, 나 의원 등과 통화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22분 추 의원과 약 1분간 통화했고 4분 뒤에는 나 의원과 40초간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가 국회에서 당사로 세 차례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특검은 추 의원 등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한편 채해병 특검은 이날 ‘VIP 격노’를 목격했다고 실토한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은 모두 국회 등에서 격노설을 부인해오다 최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채해병 특검은 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도피성 호주 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의혹에 연루돼 범인도피,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