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하 “10년 전 데뷔한 런던..이번엔 K뮤지컬로 갑니다”

입력 2025-08-08 13:14
2015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해 한국인 최초로 주역을 맡았던 김수하가 10년 만에 K뮤지컬을 들고 다시 런던으로 간다. PL엔터테인먼트

“모국어인 한국어로 런던 무대에 선다는 것이 정말 기뻐요. 10년 전 런던에서 데뷔할 때 언젠가 한국어로 공연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뮤지컬 배우 김수하(31)가 10년 만에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를 다시 밟는다. 현재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31일까지, 이하 ‘스웨그에이지’)으로 다음달 8일 런던 질리언 린 시어터에서 영국 관객과 만나게 됐다. ‘스웨그에이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낭독공연을 가진 데 이어 올해 콘서트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국 데뷔작인 ‘스웨그에이지’로 런던에 다시 가게 된 것 그리고 콘서트 오프닝에서 영국 관객들에게 한국어로 해설을 하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수하는 지난 2015년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주역을 맡았다. 국내 대학 재학 중 오디션을 통해 ‘미스 사이공’ 영국 프로덕션의 앙상블 겸 여주인공 킴의 언더스터디(대체 배우)로 캐스팅된 그는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무대에 선 지 한 달도 안 돼 킴을 맡기 시작했다. 약 10개월간 킴 역을 30회 이상 소화한 그는 이후 유럽 투어와 일본 프로덕션에선 처음부터 주역으로 관객을 만났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한 장면. 다음달 8일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콘서트 무대를 가진다. PL엔터테인먼트

김수하는 “‘미스 사이공’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기 때문에 대학생 시절 경험을 쌓을 겸 일본 프로덕션 오디션에 응모했다. 그런데,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영국 크리에이티브팀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웨스트엔드 프로덕션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됐다”면서 “처음엔 영국 연출가와 연습실에서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영어를 못 했다. 그래도 통역사, 발음 교정 코치, 보컬 코치 등의 도움을 받으며 훈련한 끝에 공연에서 실수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연출가 등 스태프의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과거 런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2019년 ‘미스 사이공’ 투어로 스위스에서 공연할 때 현 소속사이자 ‘스웨그 에이지’ 제작사인 PL엔터테인먼트의 송혜선 대표의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이며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는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백성들이 시조와 춤으로 자유와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김수하는 조정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의 딸이면서도 세상을 바꾸려고 모인 비밀시조단 골빈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진’을 연기한다.

이날 라운드에 함께한 송혜선 대표는 “‘스웨그에이지’는 배경이나 의상 등 매우 한국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계층 간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는 동서를 가리지 않는 현실적인 이야기인 만큼 영국 관객에게도 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수하는 “요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우리 작품엔 갓과 한복이 나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상으로 전통과 현대를 섞은 한국 고유의 감각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과거 영국에서 함께 공연했던 동료가 이번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는 현지 반응을 들려줬다”고 덧붙였다.

2015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해 한국인 최초로 주역을 맡았던 김수하가 10년 만에 K뮤지컬을 들고 다시 런던으로 간다. PL엔터테인먼트

김수하는 국내 데뷔작이었던 ‘스웨그에이지’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렌트’의 미미, ‘하데스타운’의 에우리디케, ‘아이다’의 암네리스,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등 대작 뮤지컬의 주역으로 출연하며 한국 뮤지컬계의 차세대 스타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스웨그에이지’는 쇼케이스에서 초연으로 올라갈 때 작품이 많이 바뀌었어요. 초연 멤버로 참여하며 진의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제겐 의미가 남다른 작품입니다. 특히 한국 데뷔작이었던 이 작품을 통해 신인상을 받는 등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또 6년간 다섯 번의 시즌을 모두 참여한 만큼 이 작품의 성장에 책임감도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 런던 콘서트는 (국가대표처럼) 태극기를 두르고 공연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