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나 기아 카니발 같은 다목적차량(MPV)을 닮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형태가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데 유리해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에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르노그룹의 디자인 책임자 질 비달은 “SUV가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하고 거주성을 갖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붕의 곡선 등이 MPV의 실루엣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MPV는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10% 이상 점유율을 확보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SUV가 빠르게 확산하며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비달은 “모빌리티 생태계(패러다임)의 전동화 전환 흐름이 결국 MPV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MPV가 가족용 차량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MPV 형태를 갖춘 SUV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아의 준대형 전기 SUV EV9이 대표적이다. EV9은 2열 좌석을 180도 돌려 3열과 마주볼 수 있게 구성했다. MPV에서 볼 수 있던 모습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가 ‘SUV의 MPV화’를 이끄는 분위기다. 리오토가 지난해 출시한 메가는 SUV와 MPV를 결합한 차량으로 평가받는다. 보닛이 따로 없고 전면에서부터 지붕까지 이어지는 라인으로 테슬라 모델S와 비슷한 공기저항계수(Cd) 0.215를 구현했다. 지커 009와 샤오펑 X9은 외관은 SUV를 닮았지만 내부는 철저히 MPV 형태로 설계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구축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에 가능했다. 넓고 평평한 바닥 위에 배터리 팩 등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실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E-GMP, 제너럴모터스(GM)는 얼티엄 플랫폼, 폭스바겐그룹은 MEB 등을 사용한다. 영국 매체 더선은 “향후 SUV의 디자인이 MPV 형태로 재정의될 수 있다는 걸 중국 시장이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