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과 손잡은 현대차… GM과 신차 5종 공동 개발키로 “관세 무관”

입력 2025-08-07 08:26 수정 2025-08-07 09:27

현대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아메리카 대륙을 공략할 신차 5종을 공동 개발한다. 소재와 물류 영역에서도 공동 소싱(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대차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맺은 역대 가장 긴밀한 형태의 협업으로 평가된다. 미국 관세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한다. 중남미 시장용 4종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게 개발할 계획이다. 전기 상용 밴은 대형 차급으로 미국에서 생산한다.

현대차는 소형 차종과 전기 사용 밴의 플랫폼 개발을, GM은 중형 트럭의 플랫폼 개발을 주도한다. 플랫폼이 완성되면 두 회사가 공유한 뒤 각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내·외장을 적용해 판매한다. 당초 로이터는 두 회사가 공동생산한 뒤 각자의 로고를 다는 ‘리배징’(rebadging) 형태로 협업할 거라고 보도했지만 추후 논의 과정에서 방향이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2028년 출시가 목표다. 공동 개발 차량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회사의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GM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북미 및 남미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아름다운 디자인·고품질·안전 지향의 차량과 만족할 만한 기술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글로벌 구매 및 공급망 부문 최고 책임자인 실판 아민 수석 부사장은 “이번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보다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보유한 상호 보완적 강점과 스케일의 시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투자금과 절감 비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두 회사는 북미 및 남미에서 소재와 운송, 물류에 관한 공동 소싱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다. 원자재, 부품, 복합 시스템 등 영역에서도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산 체제를 확장하기 위해 탄소 저감 강판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력 프로그램에 기아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추후 참여 여부나 차종별 생산 거점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