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강모래 수급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바닷모래를 초음파로 정밀하게 세척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염분이 남은 바닷모래는 건설 자재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세척된 바닷모래는 강모래의 현실적인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바닷모래에 남아 있는 염분(NaCl)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초음파 세척 장비를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그 성능을 입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KIOST 해양공간개발·에너지연구부 윤길림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모래는 도로, 항만,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활용되는 필수 자재지만, 최근 강모래 채취가 제한되면서 바닷모래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염분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으면 콘크리트 내 철근 부식과 구조물 조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토교통부는 바닷모래의 염분 함량을 0.04%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염분 제거 방식인 ‘살수 방식’은 바닷모래 1t당 약 4t의 물이 필요하고, 처리 시간도 길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KIOST가 개발한 초음파 세척 장비는 초음파의 ‘캐비테이션(Cavitation)’ 원리를 활용한 비접촉 정밀 세척 방식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닷모래와 민물을 1대 2 비율로 혼합하고 300W 이상의 초음파를 3분간 가하면 염분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은 물 사용량을 기존 방식 대비 최대 75% 줄이고, 처리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음파 기반 바닷모래 염분 제거 장비 개발 및 성능 평가(Prototype ultrasonic desalination instrument and its performance test)’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지난달 30일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번 연구는 강모래 부족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구조물의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대량 처리 기술로 고도화해 항만, 도로,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 현장에 실용화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