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네이버와 당근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사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30%가 커머스 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고, 당근은 이용자 수에서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커머스 사업의 핵심은 고객 신뢰 확보라고 보고 예상치 못한 악재에 성장세가 꺾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기존 ‘안심보장’ 프로그램을 카페나 밴드, 블로그 등 커뮤니티 기반 거래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커머스 서비스에 도입한 안심보장 프로그램은 AI 기술을 활용해 위조상품이나 도용 의심 쇼핑몰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네이버 측은 월 평균 1000개 이상의 쇼핑몰을 조사하고 적발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제재를 가한 결과 전체 위조 상품 판매 시도 중 95.6%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이달 초 앱 내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에 보안관 제도를 도입했다. 내부 심사를 거쳐 선정된 보안관은 이용 정책에 어긋나는 공고를 찾아 플랫폼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업종·직종별 게시글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강화했다. 자사 안심결제를 이용한 거래에서 사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안심보상 제도도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커머스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사전에 차단해 성장세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의 쇼핑을 포함한 커머스 부문 매출은 2조9230억원으로 전체 매출(10조7377억원)의 28%를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쇼핑 전용 앱을 따로 출시하는 등 사업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당근은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당근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127만명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한 뒤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8배 증가한 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기본으로 돌아가 신뢰를 쌓자는 커머스 업계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이용자가 우려하는 사안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플랫폼의 신뢰도가 결정된다”며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플랫폼을 다시 찾는 이유가 되기에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상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부작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최근 1년 내 온라인 구매를 경험한 성인 3000명 중 40%는 금전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피해365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상담 3856건 중 1955건은 ‘재화 및 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비대면 환경을 노린 범죄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당근에서는 고액 간병 아르바이트 공고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