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점으로 바뀐 ‘야당’ 확장판, 이유는…“정치검찰의 몰락”

입력 2025-08-06 16:58 수정 2025-08-06 17:58
영화 ‘야당’의 확장판 ‘야당: 익스텐디드 컷’을 내놓은 황병국 감독. 조·단역 배우로 ‘부당거래’ ‘서울의 봄’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기도 한 그는 “영화계가 힘든데 이런 때일수록 영화인들이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들이 극장에 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연출은 ‘특수본’ 이후 14년 만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 337만명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야당’이 개봉 4개월여 만에 관객을 다시 만난다. 약 15분 분량이 추가된 확장판 ‘야당: 익스텐디드 컷’을 통해서다. 단순히 편집 장면만 추가된 것이 아니다. 아예 주인공이 바뀌었다. 본편에서 마약 첩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브로커 이강수(강하늘)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극이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시점으로 재구성됐다.

왜 ‘검사’의 이야기로 다시 풀었을까. 확장판 개봉일인 6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만난 황병국(57) 감독은 “검사 조직의 문제나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지 않았느냐”며 “본편 개봉 이후 작품을 복기하다가 ‘시대상에 맞게 검사 관점으로 이야기를 다시 짜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감독으로서) 지금 시대에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확장판은 도입부 내레이션부터 유해진이 새로 녹음한 구관희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황 감독은 “본편이 이강수라는 청년의 생존기였다면 확장판은 구관희라는 검사의 욕망과 몰락을 조명하는 ‘파멸의 기록’”이라며 “본편을 본 관객에게는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본편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더 깊어진 주제와 문제의식을 전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영화 ‘야당: 익스텐디드 컷’의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의 의도대로 확장판은 마약 범죄 액션물이라는 기존 장르에서 정치물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 검사 구관희의 인간적 고뇌와 야망, 비뚤어진 권력욕을 따라가다 보니 본편과 같은 장면도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마약 혐의를 받는 유력 대선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을 ‘봐주기 수사’하고 증거 조작까지 하며 비호하는 모습은 정치검찰을 향한 날 선 비판으로 읽힌다.

황 감독은 2020년부터 시나리오를 쓰면서 검사들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취재했다. 극의 설정 대부분은 실제 사건을 극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구관희를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부속실에 모여 조훈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검찰에 소환돼 청사 안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모습이 포착됐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른바 ‘황제 소환’ 논란을 연상케 한다.

영화 ‘야당: 익스텐디드 컷’의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후반부 구관희의 몰락 장면에서 메시지는 더 뚜렷이 드러난다.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검사 임관 때 했던 선서를 되뇌는 구관희의 내레이션이 공허하게 들린다. 구관희는 “나는 아직 대한민국 검사”라며 “만약 저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박살을 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황 감독은 “아마 지금 서울구치소에 있는 ‘그분’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쓴 대사”라고 첨언했다.

다만 검사 조직 전체를 향한 비판은 아니라고 황 감독은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정치검사는 아마 1%도 되지 않는 극소수일 거다. 나머지 99%의 검사들은 격무에 시달리며 고단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주제 의식만 더 담아내려던 것도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추가해 극이 한층 풍성해졌다며 보는 재미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러닝타임은 137분. 본편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관람 불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