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산 선교사는 누구? ‘부산 선교’의 첫 기록이 열리다

입력 2025-08-06 15:35

부산에 심긴 복음의 첫 열매를 기록한 연구서가 나왔다.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가 최근 쓴 ‘부산 경남지방 기독교 연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선교사들과 이들을 통해 세워진 한국인 지도자를 비롯해 부산 독립운동사, 6·25 전쟁을 전후한 선교 활동 역사가 자세히 담겼다.

책은 ‘부산 경남지방에 온 서양인들과 선교사들’ ‘부산 지방에서의 초기 기독교’ ‘해방 이후 부산 지방 기독교’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부산에 처음 도착한 선교사는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인 제임스 S 게일이었다. 188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출발한 그는 밴쿠버와 일본 나가사키를 거치는 한 달여 간의 여행 끝에 그해 12월 12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재물포항을 통해 호러스 G 언더우드와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한 지 3년 뒤의 일이었다.

게일 선교사의 흥미로운 여정도 엿볼 수 있다.

게일 선교사는 부산에서 28시간 체류 후 다시 배편으로 인천으로 갔고 뒤이어 서울로 이동했다. 저자는 서울에서의 첫날 밤 풍경도 묘사했다. “오릿골(현 오류동)의 한옥에서 보낸 첫 밤, 온돌은 뜨겁고 빈대가 많이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또한 게일 선교사가 세 차례에 걸쳐 백두산까지 돌아보는 선교여행을 했고 언더우드 선교사와 한영사전을 만든 이야기 등이 소개돼 있다. 게일 선교사는 1889년 8월 부산으로 돌아와 1년 남짓 초량에서 살았다.

1907년 이후 부산 교계 상황이나 3·1 운동 당시 부산에서의 만세운동과 관련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호주장로교선교회 여자전도부가 1895년 10월 부산 동구 좌천동의 한 초가를 빌려 설립한 소학교인 ‘일신여학교’는 3년 과정으로 운영됐다. 부산 만세운동은 이들에 의해 시작됐다. 이 학교 교사와 재학생들이 1919년 3월 11일 만세 운동을 주도한 내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저자는 6·25 전쟁 기간 동안 부산에 세워진 교회가 모두 130여개에 달한다고 기록했다. 이중 50여개 교회는 공산당을 피해 월남한 피란민들이 세운 교회다.

연구서이면서도 부산 초기 기독교 답사기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책은 한국 교회사 연구의 중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이상규 교수는 서문에서 “샛강이 모여 대하를 이루는 것처럼 개별교회가 모여 지역교회를 형성하고, 지역교회가 한국 교회사를 형성한다”면서 “지역교회 연구는 건실한 한국 교회사 연구를 위한 미시사적 접근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