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첫 소환 조사를 받는다. 역대 영부인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건 김 여사가 처음이다.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혐의 사실을 적극 소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조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체포영장 청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11분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특검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건물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쳐 건물 2층에서 카메라 앞에 선 김 여사는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지 않고 걸어서 입장했다. 특검팀은 티타임없이 즉시 조사에 돌입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①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②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 ③‘건진 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청탁용 명품 수수 의혹 ④명품 목걸이 재산 신고 누락 의혹 ⑤대선 경선 허위 사실 공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는 수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측에서는 조사에 부장검사급이 참석한다. 김 여사 측에서는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한다.
역대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영부인 3명이 검찰 수사를 받긴 했으나 공개 소환되지는 않았었다.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는 전씨 비자금과 관련해 2004년 영부인 중 가장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게이트’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았다. 201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으로 특검팀 서면 조사를 받았다. 김윤옥 여사의 경우 2018년에도 이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 요구를 받았으나 무산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각각 비자금 조성 의혹과 ‘옷로비 사건’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일어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한 차례 서면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김정숙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관련해서도 참고인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거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