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이 국토부가 대안 노선에만 IC(나들목)가 포함된 점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C가 포함돼 있지 않은 원안과의 단순 비교가 애초부터 불공정했던 것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통해 국토부 등 유관 기관이 BC(비용 대비 편익) 값을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대안에 유리하도록 조작한 것은 아닌지 수사 중이다. 특검은 BC 값을 산출하는데 한 요소가 되는 공사비 산정이 부풀려졌다는 취지의 자료도 확보했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4일 이찬우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회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관련 대안 노선에만 IC를 의도적으로 포함해 원안보다 대안에 유리하게 국토부가 해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국토부의 노선도 분석결과에 따르면 강상면이 종점인 대안 노선에는 ‘강하 IC’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원안에는 IC가 빠져 있어 두 노선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IC가 포함되어 있으면 일반도로와 고속도로가 연결되기 때문에 교통량이 좋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편익이 높아져 BC 값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BC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 값을 말하는데, 이 값이 높을수록 경제성이 높은 사업으로 해석한다.
특검은 국토부가 해당 BC 값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원안과 대안 노선도를 적절하게 비교했는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종점이 강상면인 대안 노선의 BC 값은 0.83으로 양서면이 종점인 원안 0.73보다 높게 산정됐다. 국토부는 2023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BC 값을 근거로 대안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은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공사비를 산정할 때 일부 비용을 축소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국토부 제시안에 따르면 대안 노선은 원안보다 60억원 저렴하지만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당시 터널환경학회) 검토안에 따르면 대안 노선이 오히려 원안보다 9억원 더 비싸다. 특검은 국토부가 고속도로 암반의 등급을 임의로 조정해 대안 노선 비용을 축소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고속도로 사업 당시 용역을 맡았던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을 지난달 30일 재소환했다. 용역업체는 “타당성 조사에서 종점이 강상면인 대안 노선이 결정됐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대안이 된 게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서기관 등 관계자도 특검에 소환됐는데 이들은 “대안은 과정상에서 얘기한 것뿐이고 다시 원안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재임 당시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며 양서면 종점 노선을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소재한 강상면 종점 노선으로 변경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강상면에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를 비롯해 일가가 1만여 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해당 의혹에 대해 “해당 사업의 종점 변경이 정부나 대통령의 개입 없이 국토부 내부 검토를 거쳐 추진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특검은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와 용역업체를 조사한 뒤 원 전 장관 소환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대안에 적용된 강하 IC에 대해서도 “강하 IC 신설은 양평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차민주 박재현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