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고 치명적 수준 아냐…푸틴, 전쟁 계속할 것”

입력 2025-08-06 05:01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모스크바 임명 수장 데니스 푸실린과 회담하고 있는 모습.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시한인 9일이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복수의 크렘린궁 관계자들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크렘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응할 가능성이 낮으며,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을 전면 점령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물론 교역국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에는 러시아가 현재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제재가 3년 반 동안 이어졌음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회의감이 작용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은 분명 불편한 일이지만, 전쟁 목표가 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뜻이라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이 세 차례에 걸쳐 회담을 가진 건 푸틴이 평화를 거부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트럼프에게 주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주 등 4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중립국으로서 지위를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것과 군사력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시한 전 타협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6일 또는 7일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위트코프의 방문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 핵전쟁 위협 발언이 나온 이후 이뤄지는 것이다.

‘친(親) 푸틴’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과거 푸틴 대통령을 칭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푸틴을 향해 강경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헛소리(bullshit)’를 하고 있다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다른 도시들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것에 대해 “역겹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소식통 중 한 명은 “푸틴 대통령은 지금 전쟁을 끝낼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는 러시아 국민과 군대가 지금 전쟁을 멈춘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트럼프의 제재 위협이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고위 관계자 역시 “모스크바 내부 분위기는 이제 와서 미국이 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쪽”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트럼프 요구에 따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은 매우 맞으며, 오히려 트럼프의 이러한 조치가 유가를 급등시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이들은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