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의 사냥법

입력 2025-08-05 17:50 수정 2025-08-05 18:02
LCK 제공

젠지는 지난 3일 농심 레드포스와의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3라운드 경기 1세트에서 4분30초 만에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캐니언’ 김건부(신 짜오)가 바텀 삼거리 갱킹을 시도해 ‘리헨즈’ 손시우(레오나)를 잡아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김건부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레오나가 점멸이 빠진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오공이 위로 가는 게 보였다. 상대 정글로 들어가서 삼거리로 들어가면 근처에 와드가 없다는 것까지 체크가 돼 있어서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건부의 복기를 토대로, 근거가 충분했던 퍼스트 블러드 상황을 다시 본다.
2025 LCK 정규 시즌 3라운드 경기 중계화면. SOOP 제공

우선 양 팀 정글러는 나란히 바텀 풀캠 동선을 짰다. 3분20초경 바텀 삼거리에서 마주쳐서 3대 3 대치 구도가 형성됐다. 약간의 소모전은 있었지만 사상자 없이 퇴각했다. 젠지는 이 과정에서 ‘기드온’ 김민성(오공)이 점 부시에 와드를 쓴 걸 봤다.
2025 LCK 정규 시즌 3라운드 젠지 대 농심전 리플레이 화면

2025 LCK 정규 시즌 3라운드 젠지 대 농심전 리플레이 화면

손시우는 부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1레벨에 렌즈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제 젠지가 고려해야 할 농심의 남은 와드는 ‘트리거’ 김의주(이즈리얼)의 것뿐이다. 젠지 바텀 듀오는 김의주가 1분56초에 첫 번째를, 4분6초에 2번째 와드를 설치한 걸 모두 확인했다. 이로써 한동안은 삼거리에 와드가 없는 게 확정된 셈이다.
2025 LCK 정규 시즌 3라운드 젠지 대 농심전 리플레이 화면

바위게를 사냥을 마친 김건부는 상대의 와드 설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바로 핸들을 꺾어서 적 정글에 침입, 삼거리로 들어갔다. 앞서 3분41초경 양 팀 서포터의 점멸이 교환됐으므로 타깃은 김의주가 아닌 손시우로 잡았다.
2025 LCK 정규 시즌 3라운드 젠지 대 농심전 리플레이 화면

이 과정에서 젠지가 고려해야 할 변수는, 역갱을 노리며 여전히 바텀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수도 있는 상대 정글러뿐이다. 하지만 젠지는 오공이 위쪽 바위게로 올라간 걸 이미 확인했다. 3분54초경 ‘쵸비’ 정지훈(애니)이 설치한 강가와 정글 사이의 와드를 통해서. 이 와드는 김민성이 터트린 수정초에 걸리지 않았다.
2025 LCK 정규 시즌 3라운드 경기 중계화면. SOOP 제공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한 김건부는 “레오나가 점멸이 빠진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오공이 위로 가는 게 보였다. 상대 정글로 들어가서 삼거리로 들어가면 근처에 와드가 없다는 것까지 체크가 돼 있어서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바텀 갱킹을 갔고,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북극곰의 사냥은 늘 이런 식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