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몇몇 소프라노와 테너가 대중적으로 알려졌을 뿐 저음 가수들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어요. 이번에 저음 가수들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5일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싱 로우 앤 소프트’(Sing Low & Soft) 기자간담회에서 베이스 연광철(60)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음 가수는 바리톤이나 베이스 등 낮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를 뜻한다.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4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싱 로우 앤 소프트’는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4), 바리톤 김기훈(33) 등 한국 저음 가수의 계보를 잇는 3인방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무대다.
사무엘 윤은 “저희 모두 저음 가수지만 음색과 캐릭터가 다르다. 이번에 세 명의 개성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고, 김기훈은 “성악계의 두 거목과 함께한다는 게 정말 영광스럽다”고 피력했다.
연광철은 ‘바그너의 성지’로 유명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150회 이상 출연한 세계적인 베이스다. 독일 예술가곡 ‘리트’의 거장이기도 한 그는 2018년 독일 최고 영예인 ‘궁정 가수’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사무엘 윤은 2012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쾰른 오페라극장 종신가수를 그만두고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그 역시 2022년 ‘궁정 가수’ 칭호를 받았다. 여기에 2021년 권위 있는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우승자인 김기훈은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기훈은 “앞서 사무엘 윤 선생님과 함께했던 2022년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연광철 선생님과도 함께하고 싶다고 조른 끝에 성사됐다”고 웃었다. 연광철은 “세 성악가 모두 바쁜 스케줄 때문에 모이기가 힘들었는데, 올해 운 좋게도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면서 “해외에서는 대체로 2~3년 전에 공연장이나 아티스트의 스케줄이 결정되는데, 한국은 빨라도 1년 전에야 극장 대관 등이 결정되다보니 공연을 계획하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오페라의 경우 고음 가수인 테너와 소프라노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보니 저음 가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다. 하지만 콘서트 제목인 ‘싱 로우 앤 소프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중후한 목소리 속에 깃든 유연함이야말로 저음 가수들의 매력이다. 세 저음가수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그리고 호세 카레라스가 ‘쓰리 테너 콘서트’를 통해 대중에게 성악의 매력을 알린 것을 벤치마킹했다. 연광철은 “그동안 오페라를 제외하곤 동료 성악가와 함께하는 콘서트를 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공연이 내겐 새로운 도전이다. 국내 성악계에도 좋은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바그너의 ‘탄호이저’, 베르디의 '돈 카를로’ 등 오페라 속 아리아들로 구성한 1부와 슈베르트와 브람스 등의 가곡으로 꾸며진 2부로 구성된다. 대체로 가곡은 피아노, 아리아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그 반대다. 오페라 아리아는 피아노, 가곡은 첼로 10대와 더블베이스 2대로 구성된 코리아쿱현악앙상블이 연주를 맡는다. 사무엘 윤은 “많은 분이 이번 공연을 좋아하신다면 일정을 잘 맞춰서 다음에 시즌2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