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비 매년 오르네”…범인은 ‘기후세’

입력 2025-08-05 16:08
하와이 전경. 하나투어 사진자료

전 세계적으로 여행에 ‘기후 세금’이 붙고 있다. 호텔 숙박, 국립공원·보호구역 입장료 등 관광 활동 전반에 기후 대응 명목의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추세다. 각국 정부는 이를 단순 세수가 아닌 ‘관광 명소를 기후 재난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하와이는 지난 5월 미국 최초로 ‘기후 위기’를 명시한 관광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숙박세에 0.75%를 추가 부과하는 ‘그린피(Green Fee)’ 제도다.

이를 통해 하와이주는 매년 약 1억 달러(약 1387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매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하와이를 방문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자연재해가 잦아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피는 2026년부터 산불 복구, 산호 복원, 기후 적응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관광세의 목적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세수 확보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기후 대응이 핵심 목표로 자리 잡는 중이다. 그리스는 2024년 기존 ‘숙박세’를 ‘기후 위기 회복 탄력성 요금’으로 변경했다. 호텔 등급과 성수기에 따라 1박당 0.5~10유로를 부과하고, 미코노스·산토리니 등 인기 지역에서는 최대 1인당 20유로(약 3만2100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4억 유로(약 6417억원)를 모아 수자원 인프라 개선, 재해 예방, 생태 복원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환경 보호 기금 명목으로 15만 루피아(약 1만2000원)를 부과하고 있다. 몰디브는 2015년 도입한 ‘그린 택스’를 올해 두 배로 인상해 대부분 호텔과 리조트에서 1인당 1박에 12달러(약 1만6700원)를 부과한다. 이 수익은 쓰레기 처리와 해안 방재에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집행이 ‘기후 세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레이첼 도즈 캐나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대 관광학 교수는 BBC에 “기후 관련 관광세는 효율적인 재정 확보 수단이지만, 실제로 기후 대응에 쓰인다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몰디브는 매달 ‘그린펀드’ 사용 내역을 보고서로 공개하며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와이도 산불 이후 기후자문단(CAT)을 발족하고 60쪽에 달하는 기후 회복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행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부킹닷컴의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객의 75%가 “앞으로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다”고 답했다. 71%는 “방문한 지역을 더 나은 모습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2023년 유로모니터 조사에서는 80% 가까운 여행객이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