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강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세제 혜택 축소와 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로 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내 중견기업 후보군 116개사를 대상으로 ‘중견기업 도약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3.9%가 “중견기업 진입이 부담된다”고 답했다고 5일 밝혔다.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세제 혜택 축소’(57.0%)였다. 이어 공공조달시장 참여 제한(15.1%) 노동·환경·산업안전 등 규제 강화(12.8%) 정책금융 축소(8.1%)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에 적용되던 각종 우대 제도가 중견기업으로 전환되면서 대폭 축소되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예를 들어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중소기업은 7%지만 중견기업은 최대 17%까지 적용된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도 중소기업은 별도 공제가 가능하지만, 중견기업은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 포함돼 실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은 대부분 창립 20년 이상 된 강소기업으로, 각자의 산업 분야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진 이후 금융 접근성 저하나 정책 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견기업 진입이 성장을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드러났다.
반면 정부는 중소기업이 일정 규모에 이르면 시장 자생력을 갖추고 경쟁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 지원은 그동안 ‘성장 사다리’ 역할에 초점을 맞췄고, 중견기업에는 별도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기업들은 ‘국내외 시장 점유율 확대’(41.9%)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수출 확대(24.4%) 기술력 확보(17.4%) 등의 응답이 나왔다. 중견기업 진입 예상 시점은 ‘5~10년 후’(23.3%)가 가장 많았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견기업 진입은 이미지 향상과 대외 신뢰도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지만, 정책 지원 체계의 급격한 변화가 기업들엔 현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중견기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