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법적 지위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AI교과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대구시교육청 입장이 난처해졌다. AI교과서가 공교육 혁신을 이룰 도구라고 외치던 대구시교육청은 사업 방향을 대폭 수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5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분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AI교과서와 같은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라고 규정했다.
대구지역 학교들의 AI교과서 채택률은 98%로 전국 최고다. 전국 평균 33.4%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대구시교육청은 2023년 교육부가 AI교과서 도입을 발표한 이후 적극적으로 준비작업에 나서는 등 AI교과서 도입에 앞장섰다. 교과서 지위를 둘러싼 논란에도 의지를 꺾지 않고 도입을 강행했다. 이후에도 추가경정예산 삭감 등 어려움을 겪는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대구시교육청은 필요한 추경(대구시의회 통과)을 확보했다. 대구시교육청 AI교과서 예산은 본예산(89억8000만원)과 추경(51억9000만원)을 합쳐 141억7000만원에 이른다.
앞으로가 문제다. 대구시교육청은 추경 등을 통해 올해는 AI교과서 관련 예산을 모두 확보했지만 내년부터는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개발업체와의 구독료 협상 등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교과서 도입을 놓고 대구시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웠던 지역 교원단체들은 개정안 통과에 대부분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대구지역 교원단체와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 효과 부족, 문해력 저하, 시스템 오류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대구시교육청은 학생 맞춤형 학습 지원과 수업 집중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논평을 통해 “전국 교육 당사자들의 비판 여론이 반영된 법률 개정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구교사노조는 “교육자료가 된 이상 AI교과서를 강요하는 대구시교육청의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정책이 지속성을 갖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2학기까지는 대구시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지원해 교육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효용성과 성과, 예산 등을 검토해 바뀐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