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쓰러진 배달노동자 심폐소생술로 살린 시민들

입력 2025-08-05 10:17
광주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소속 수련지도사 이동기(38), 김준한씨(33)가 지난 2일 오후 폭염 속 갑자기 쓰러진 20대 배달노동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폭염에 갑자기 쓰러진 배달노동자의 생명을 구한 시민들이 화제다.

5일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2일 오후 12시10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의 한 식당에서 20대 배달노동자 A씨가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도를 넘는 등 폭염이 이어지던 때였다.

식당 입구 쪽에 서서 배달 주문을 받은 음식을 기다리던 A씨는 식당 손님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그대로 고꾸라졌다. A씨가 쓰러진 쪽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광주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 소속 수련지도사 이동기(38)·김준한씨(33)는 A씨의 헬멧을 벗기고 곧바로 상태를 살폈다.

발작 증세를 보인 A씨는 이내 입에 거품을 물고 숨을 쉬지 않았다. 수상인명구조자격증을 가진 이씨 등은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하다고 판단, 교대로 CPR을 진행했다. 그 사이 식당 관계자들은 119에 신고했다.

이씨 등이 CPR에 나선 지 5분쯤이 지나자 A씨 입에선 숨이 터져 나왔다. 의식이 돌아온 A씨는 누워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A씨는 이씨 등의 신속한 대처로 신고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식당을 나섰다.

이동기, 김준한씨. 독자 제공

식당 업주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관련 지식이 있는 분들이 손님으로 계셔서 큰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 이분들께 점심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기씨는 “동료와 서로 교대해가며 심폐소생술을 해 초기 응급조치가 잘 된 것 같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온열질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