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전시된 음식 모형이 흘러내리는 등 일본의 폭염이 ‘재해’ 수준에 이르렀다. 40도 넘는 곳이 속출하며 기상관측소 통계 작성 이래 최초의 수치가 연일 경신되고 있다. 지난달 확산한 ‘대지진설’에 이어 일본 여행을 앞둔 관광객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대만 EBC 등 외신은 지난 4일 기록적 폭염으로 노상에 전시된 음식 모형이 녹아내린 일본의 현장을 보도했다. X에도 라멘 모형이 접시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담긴 후쿠오카의 한 식당 사진이 공유됐다. X에 이 사진이 올라오자 이틀 만에 2800만회 공유되는 등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고무장화 바닥이 보도 열기에 녹아 달라붙는 경우도 있다” “웃을 일 아닌 더위다”라고 반응했다.
일본의 X 사용자들은 말차라떼 등 곳곳에서 흘러내린 음식 모형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통상 음식 모형은 고온에 취약한 폴리염화비닐(PVC), 실리콘, 왁스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일본의 기록적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모양이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후쿠오카의 가게들은 녹은 모형을 모두 철거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지난달 평균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지난달 평균기온이 1991~2020년 평균 대비 2.89도 높았다고 전했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1898년 이후 1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7월 평균기온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지어 지난달 30일 교토부 등은 40도를 넘어섰다. 교토부 기온이 40도가 넘은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이달의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지역은 지난 3일까지 나흘 연속 4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4일 연속 40도를 넘어선 지역이 나온 것은 2013년 8월 10~13일 이후 역대 두 번째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해 수준의 폭염에 일본을 관광 중인 여행객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후쿠오카를 방문 중이라고 밝힌 한 여행객은 “오전에 돌아다니다 드디어 체크인하고 쉬고 있는데 온 정신이 다 빠질 것 같아. 열사병으로 왜 죽는지 알 것 같다”며 최대한 지하상가를 다닐 것을 추천했다.
북부 지역 홋카이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같은 폭염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고기압 영향으로 북부와 동부 지역 기온이 상당히 상승할 것”이라며 “열사병을 포함한 건강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