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현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유해한 콘텐츠 접근을 제한하고 각종 온라인 범죄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연령에 따른 일률적인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웹 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 및 잠재적 위험군)의 비율은 42.6%로 전년 대비 2.5%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웨일코넬 의대와 캘리포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SNS 중독 경향이 높거나 증가세에 있는 청소년의 자살 행동 위험이 최대 2.39배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관련 규제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인공지능(AI)으로 유튜브 사용자의 동영상 검색 내역, 시청 콘텐츠 범주, 유튜브 계정 사용 시간 등의 정보를 수집해 이용자의 연령을 추정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용자가 18세 미만 미성년자로 판별될 경우 청소년 계정에 대한 표준 보호 장치를 자동으로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기적으로 휴식 알림을 보내고 광고 노출 알고리즘을 변경해 일부 콘텐츠 추천을 중단할 예정이다.
AI가 이용자 연령을 잘못 판단한 경우에는 유튜브 고객센터에 신분증, 신용카드, 최근 사진 등을 제시해 소명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오는 13일부터 일부 미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도 지난달 30일 부모와 자녀가 계정을 연동해 안전 설정을 관리하는 ‘세이프티 페어링’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자녀가 틱톡에 사진이나 영상 등의 콘텐츠를 올리면 보호자에게 실시간 알람이 울리는 방식이다. 자녀의 관심 주제, 다운로드 허용 여부, 팔로잉 목록, 신고한 콘텐츠 등도 보호자가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최근 청소년 계정의 다이렉트 메시지(DM)에 새로운 안전 공지 기능을 추가했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DM 채팅방 상단에는 대화 상대의 인스타그램 가입 연월이 함께 표시된다. 아울러 DM 계정 차단과 신고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다만 청소년 대상 SNS 규제 강화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콘텐츠를 제한하고 감시하는 식의 강제적인 조치가 청소년들을 ‘음지’로 눈 돌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SNS에는 ‘틱톡 연령제한 푸는 법’ ‘유튜브 성인인증 우회 팁’ 등이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와 정부·가정 차원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령에 따른 SNS 사용 제한은 즉각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플랫폼 기업이 양질의 콘텐츠 비율을 늘리고 정부·가정에서 청소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미국 영상물 분류 체계에 존재하는 PG(부모 지도하 전체 관람가) 등급을 도입해 부모의 역할과 안내를 습관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