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엿새 만에…포스코이앤씨 현장서 작업자 의식불명

입력 2025-08-04 18:38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연이은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전체 현장에 무기한 작업 중지를 선언한 지 엿새 만이다.

4일 경기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4분쯤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 A씨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심정지 증세를 보였고, 의식불명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현재 호흡은 회복했으나 의식은 아직 되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A씨는 지하 18m 지점의 양수기 펌프가 고장을 일으켜 이를 점검하고자 아래로 내려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내려갔던 작업자가 쓰러진 A씨를 보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19 신고 내용 등을 토대로 A씨가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1공구로, 국토교통부가 발주하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공사 중인 고속도로는 광명시 가학동과 서울 강서구를 연결하는 20.2㎞ 구간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가) 병원으로 이송됐고 치료 중이신 걸로 확인했다”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다. 빨리 회복되시길 기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로 바로 다음 날부터 전체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은 안전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해 이날부터 작업을 재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크게 질타했고, 정 사장은 곧장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정 사장은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며 “원점에서 잠재된 위험 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 고개를 숙인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 인명 사고가 발생한 만큼, 포스코이앤씨는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