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日, 다시는 전쟁 않겠다는 입장 표명 필요”

입력 2025-08-04 16:59 수정 2025-08-04 17:10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발출(입장 표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집중 심의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로부터 ‘전후 80년 담화’ 발표 계획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역사의 풍화(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이 옅어지는 것)가 있어서는 안 된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어 “형식을 차치해도 발출은 필요하다”며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단순하게 발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 올해 우리(일본)가 세계를 향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전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시바가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발을 고려해 15일 종전일(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과 일본이 항복 문서에 조인한 9월 2일에는 ‘전후 80년 담화’ 발표를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전임 총리들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50주년이던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종전일 무렵 각의를 거쳐 ‘전후 담화’를 발표했다. 가장 최근의 발표는 2015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다. 이후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이후의 전후 담화는 불필요하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시바는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전부터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비판해 왔다. 취임 이후에도 “2025년은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 있는 마지막 고비”라며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경위를 검증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패전 80주년인 올해에는 개인 자격의 전후 담화 발표와 더불어 역사 검증을 위한 민간 자문기구 설치도 추진했다. 이시바는 자민당 내에서 드물게 ‘지중파’이자 ‘지한파’로 분류된다.

이시바는 이날 중의원에서 “축적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 전후 50년, 60년, 70년 담화를 면밀하게 살펴본 뒤 (80년 담화 발표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