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이 4일 12·3 비상계엄의 ‘민간인 비선’ 역할을 하는 노상원 전 사령관을 소환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북풍 계획이 담겼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작성자로 외환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다만 이날 조사는 제3자의 내란 방조 혐의 수사를 위한 참고인 조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이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 후 첫 소환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서도 내란방조 관련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휴대전화 통신 기록 등의 수사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이 중요 시점마다 통화한 번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 관련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그를 소환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해당 번호가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번호라고 보고 실제 통화 대상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과 계엄과 관련해 중요한 시점마다 통화한 인물이 있다면 노 전 사령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박 특검보는 “제3자 내란 방조 혐의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기보다는 노 전 사령관과 ‘라포르’(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확장성 있는 사건이 필요해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 의혹과 관련한 노 전 사령관 조사는 이번엔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이날 조사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소환장에 외환 관련 내용은 안 써있다”며 “무인기 등 (외환 관련해) 물어보면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노상원 수첩’은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북한 공격을 유도했다는 북풍 의혹과 관련한 핵심 근거다. 60~70쪽 분량의 해당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북한 오물풍선 타격’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이 이전 수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해당 메모의 작성 시점이나 구체적 의미 등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은 해당 수첩이 북풍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거라고 보고 수첩 속 메모와 실제 무인기 작전 등을 대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이 전 사령관 관련 조사도 오전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구속된 후 첫 소환조사다. 특검은 이 전 장관 조사를 통해 ‘삼청동 안가 회동’ 등 지난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서는 제외됐던 남은 혐의에 관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의 행보도 조사 대상이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 전에 대통령실에 미리 모여있던 국무위원이자 계엄 해제 후 안가 회동의 구성원이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추가 소환조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 전 총리의 계엄 당일 역할 등에 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