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4안타를 때려내며 후반기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 정확한 콘택트 능력을 앞세운 밀어치기가 부진 탈출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경기에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볼넷 2득점 1도루의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이정후가 한 경기에 4안타를 몰아친 건 처음이다. 최근 세 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58로 올랐다.
이정후는 3회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와 후속 패트릭 베일리의 적시타로 홈까지 밟았다. 4회와 6회에도 연이어 안타를 생산했다. 8회 볼넷을 골라내 숨을 고른 그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12대 4로 승리했다.
올 시즌 초반 화끈한 타격감을 뽐냈던 이정후는 부진의 늪에 빠져 고민이 많았다. 6월에는 0.143의 저조한 타율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타율 0.278로 재도약 기회를 잡았고, 이달 치른 3경기에서 타율 0.583(12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서서히 되찾는 모양새다.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올 시즌엔 개막전부터 지난 4월까지 타율 0.319로 활약하며 빅리그 투수들의 집중 견제대상으로 떠올랐다. 상대 투수들은 이정후를 철저히 분석했고, 이정후가 바깥쪽 공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간파했다. 시즌 초 다양한 위치에 뿌려지던 공이 5월부터는 좌타자 기준 바깥쪽에 집중됐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타격 부진이 길어지자 심리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정후가 팀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해 타격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정후는 슬럼프 때 지켜봐도 될 바깥쪽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 헛스윙 삼진을 당하거나 무리하게 잡아당겨 땅볼에 그치는 일이 많았다.
이정후는 지난달부터 바깥쪽 공을 참고 골라내는 눈을 키웠다. 최근엔 밀어치기 타법으로 바깥쪽 공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다시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정후는 이날 경기 후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다시 콘택트 타자 스타일로 돌아가고, 밀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